일제 인권유린 ‘선감학원’ 피해자들 93% 구타 당해

  • 등록 2020-12-07 오전 11:07:40

    수정 2020-12-07 오전 11:07:40

7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선감학원 피해사례 조사분석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수원=이데일리 김미희 기자] 선감학원사건 피해자들의 93.3%가 구타를 당했다고 답하는 등 신체폭력과 성폭력, 강제노역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퇴소 후에도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빈곤하게 살고 있어 선감학원에서의 경험이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7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감학원사건 피해사례 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부지사는 “이번 연구는 선감학원 진실규명 조사의 첫 시작이며, 공식적으로 접수된 피해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고서는 피해자들의 삶이 피폐해진 과정을 관련문헌과 현장조사, 설문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 4월 16일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신고센터 개소 이후 90여 명의 신규 피해사례 접수를 받았다. 연구를 수행한 경기연구원은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망자·주소불명자·단순전화접수자를 제외한 선감학원 입소자 중 93명이 설문에 응답한 내용을 중심으로 조사 분석을 추진했다.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63.5세이며, 이들의 입소 당시 나이는 11~13세가 40.4%를 차지했다. 입소기간은 최소 1년 이하에서 최대 11년이었으며 평균 4.1년으로 나타났다. 2년, 3년간 머물렀다는 응답자가 각각 23%, 22%로 가장 많았다.

입소생활 중 거의 대다수는 기합(93.3%)과 구타(93.3%), 언어폭력(73.3%)을 겪었으며 성추행이나 강간을 당한 경우도 각각 48.9%, 33.3%로 조사됐다.

강제노역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98%가 풀베기, 잡초제거, 양잠, 축사관리, 염전노동, 농사, 나무베기 등 노역을 한 경험이 있었고 일주일 모두 노역에 참여한 경우가 53.5%에 달했다. 일주일 평균 노동일은 6일,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으로 조사돼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제노역행위가 지속적이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응답자의 96.7%가 사망자 목격경험이 있으며 특히 시신처리에 동원된 경우가 48.4%에 이르렀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선감학원에서의 생활이 퇴소 이후의 삶에도 여전히 영향을 끼쳐 이들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선감학원 입소로 인한 교육 단절로 85.8%의 응답자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이었고, 76.1%가 퇴소 후에도 진학하지 못하고 구두닦이, 머슴, 넝마주이 등 고된 저소득 직업군에 종사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전체 응답자의 37.6%에 달했다.

응답자 중 34%가 장애가 있으며, 이들 중 30%는 선감학원에서 입은 피해로 인해 장애가 발생했다고 대답해 유년시절 구타 등 폭력이 선감학원 입소자들의 삶에 엄청난 고통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폭력에 의한 지속적인 아동인권유린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경기도는 오는 10일 활동을 재개하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조선소년령 발표에 따라 안산시에 설립된 감화원이다. 그러나 해방 후에도 폐원되지 않고 부랑아 갱생과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도심 내의 부랑아를 강제로 격리·수용했으며, 이후 1982년까지 국가폭력 수용시설로 운영되어 아동인권유린이 자행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제2기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오는 10일 정식 출범해 2022년 12월 9일까지 위원회 및 각 지자체 접수처를 통해 진실규명 신청을 받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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