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울 만도 하다.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관제탑 늑장 대응….’ 사고 원인을 둘러싼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탑승객 총 307명 가운데 사망자 2명, 부상자 181명 등을 낸 비극적인 참사였던 만큼 전 세계가 눈과 귀를 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사고 원인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고를 조사하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과실로 보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착륙 직전 고도와 속도를 문제 삼아 “조종사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언급하고 “기장이 비행기가 멈춘 후 90초가 지날때까지 탑승객에게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등은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원인을 단정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미국에 성급한 브리핑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수많은 기자 앞에 서서 “기장의 자질엔 문제가 없다”며 “원인을 예단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NTSB가 정보흘리기식 언론 브리핑을 해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NTSB 측 발언 때문에 앞으로 조사 방향 등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6번째 인명피해’. 이번 사고는 국적 항공사 역사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지금부터는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국내 항공산업 전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게 유가족에게 주는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