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조선·해운 떠안은 국책銀, 충당금 쌓을 여력 되나

양대 해운사 법정관리가도 `충당금` 흡수 능력 충분
문제는 조선사..산은 "조선업 구조조정 따라 자본확충 필요"
대우·성동에 11조 물린 수은, BIS비율 10% 유지도 어려워
  • 등록 2016-04-28 오전 11:33:38

    수정 2016-04-28 오후 1:21:5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와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양대 해운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이들 여신 대부분을 떠안은 국책은행 마저 부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양대 해운사의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며 구조조정의 의지를 높이고 있다. 그나마 해운사에 대한 국책은행의 충당금 흡수 능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조선사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법정관리가 거론조차 안 됐던 이유 중 하나는 9조원 가까운 여신이 물려 있는 수출입은행이 부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 때문이었다. 산업은행도 조선사의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경우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의 부실화 문제는 향후 조선사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산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적자..수은, 10% 턱걸이한 BIS비율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 STX조선, 성동조선 및 한진해운, 현대상선에 빌려준 여신 규모가 지난해말 현재 20조원에 달한다. 양사 자본금 합계의 78.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만 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 2 조선사는 제외한 여신액이라 이들까지 합할 경우 그 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조선, 해운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산은, 수은의 부실 위험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일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가시화됐다.

산은은 지난해 1조9000억원의 당기순적자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비율도 5.68%로 사상 최악의 기록을 냈다. 고정이하여신금액은 무려 7조3200억원에 달한다. 대손상각비로 2조8100억원을 적립했지만 한진해운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이 개시되거나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로 들어설 경우 대손충당금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본 상황만 보면 수은은 더 심각하다. 산은은 그나마 BIS비율이 14.2%로 높은 편이지만 수은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1조원의 현물출자를 받고도 10.0%에 불과했다. 수은의 부실채권 비율은 3.24%, 신용손실충당금은 1조원 정도로 산은보다는 낫지만, 대우조선, 성동조선이 부실화될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껑충 뛰면서 BIS비율이 곤두박질 칠 위험이 크다.

산은·수은, 해운사는 감당 가능..조선사가 문제

산은과 수은 모두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양대 해운사가 법정관리를 가더라도 충당금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대현 산은 부행장은 “현대상선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이미 지난해 반영했고, 한진해운에 대한 충당금도 평균 1조원의 이익(충당금 제외)이 나기 때문에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은도 현대상선에는 여신이 아예 없고, 한진해운도 500억원 갖고 있어 충당금을 쌓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조선사다.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에만 총 13조원의 여신액이 물려 있다. 더구나 대우조선은 정상 여신으로 분류돼 있어 관련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았다. 산은은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충당금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대우조선 등 빅3의 부실이 심화된다면 자본확충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이 부행장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빠르게 광범위하게 진행되거나 조선업황이 급속히 악화되면 자본확충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은은 지난해말 자본금이 8조9000억원인데 반해 대우조선, 한진해운, STX조선, 성동조선 등에 빌려준 자금(선수금환급보증(RG) 포함)은 무려 12조7500억원으로 자본금을 훌쩍 웃돈다. 특히 대우조선은 `정상 여신`, 성동조선은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돼 충당금 적립이 미미한 상태다. 만약 대형 조선사 또는 성동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가 한꺼번에 법정관리에 들어설 경우 수은은 자본잠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수은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남아 있는 자산 등을 매각해 여신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여신에 대해 모두 충당금을 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신 대부분이 선수금환급보증(RG)이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꼬리가 몸통 흔들까..“국책銀 부실,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과 별개”

국책은행의 부실화 문제가 향후 조선사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단 것. 그로 인해 조선사 구조조정이 대마불사로 흘러 대형 조선사는 살리고 중소형 조선사 위주로 정리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다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책은행 부실과 조선업 구조조정의 방향은 서로 연결되지 않도록 별개로 보고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사가 정리된다고 해도 문 닫기로 결정한 후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이전에 수주 받은 선박에 대한 공사를 중단하는 것보다 완공해 인도하는 것이 손실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3년에 걸쳐 RG 등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국책은행의 부실이 크게 번지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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