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팬츠에 민소매티를 차려입은 여성과 러닝셔츠 차림의 남성이 '프리 키스(Free Kiss)'라는 문구가 적힌 하트 모양의 종이판을 들고 나타났다.
'아무나 키스를 해도 좋다'는 말에 길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처음에는 머뭇대던 시민들도 '공짜로 키스해준다'는 말에 주저하지 않고 다가가 남녀의 볼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줄지어 키스한 사람만 수십 여 명.
알고보니 14일 '키스데이'를 맞아 한 속옷 업체가 '프리 허그(Free Hug)'운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레이싱걸과 패션모델을 고용해 비슷한 이름의 '프리 키스' 이벤트를 연 것.
하지만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한 시민은 "사랑하는 사람하고 키스를 해야 하는데…"라며 말문을 흐렸고 또 다른 시민은 "만약에 우리 남편이 아가씨하고 껴안는다면 몰라도 키스는 달갑지 않다"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이날 행사는 당초 계획인 속옷 차림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진행됐지만 얄팍한 상술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
한 지방 백화점에서는 '예쁜 입술 콘테스트'란 이름으로 행사를 열고 립스틱 할인 판매 행사를 벌였는가 하면 인터넷 쇼핑몰에선 키스데이 일주일 전부터 고가의 명품 시계와 가방 브랜드를 할인해주고 있다.
키스를 부르는 와인이나 케이크 할인 행사도 모자라 심지어 '키스데이'와 연관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한 인터넷 회사는 '키스 모양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이벤트까지 열었을 정도다.
업체들의 이같은 호들갑은 키스데이뿐만 아니라 매달 14일마다 이름만 바꿔가며 이어지고 있다. 국적도 알 수 없고 기원도 알 수 없는 '기념일'이 업체의 판촉행사장으로 전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