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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비 피해가 발생한 태양광 시설 가운데 상당수는 보상문제 등이 얽히면서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지태양광 사고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공동 재해 대응 메뉴얼도 없는데다 보상과 피해복구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태양광 사업자 간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어서 태양광 지역 주민의 안전과 재산이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산사태 위험지역 태양광 시설 전국 922개 달해
5일 산림청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산지 태양광발전 시설 1만2527곳 중 7.4%인 922곳이 산사태 위험지역인 1·2등급 지역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보전협회가 작성한 ‘산지 태양광발전 피해시설 정밀조사 보고서’에서 지난해 비 피해가 발생한 태양광 시설은 27곳, 피해 면적은 측정한 20곳만 해도 5만7484㎡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로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강도도 세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지난해 폭우로 피해가 발생한 상당수 산지태양광 시설의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인명과 재산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이날 충남 금산군 제원면 ‘동곡리 태양광발전소’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했다. 이 태양광발전소는 지난해 역대 최장의 장마로 석축 파손과 인근 농지 일부가 매몰되는 피해가 발생했으나 현재는 석축을 추가로 보강하는 등 복구를 완료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정부 대응…피해 확산 못 막아
문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응이 매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지태양광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과 사고 책임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민간 사업자 간 떠넘기기 공방으로 복구와 보상이 하세월이다.
민간 사업자는 자금 부족과 법적 분쟁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고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지자체는 태양광 시설이 민간 사업장이어서 피해 복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한다. 장판리 태양광 산사태와 관련해 장수군 측은 “훼손된 임야에 대한 복구 명령을 여섯 차례나 내렸지만 태양광 설비 소유주가 보상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복구 작업을 미뤄 늦어졌다”며 “행정대집행을 통해 우선 지자체 차원에서 복구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공통적인 태양광 이격거리 기준을 마련하고 태양광 보급 확대를 위한 환경 개선부터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보급 확산과 관리감독을 위해 정부, 국회, 광역지자체 차원의 논의를 통해 공통적인 기준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실제 산지 태양광 주변 배수로 관리가 매우 허술한 만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법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태양광 발전은 발전 효율이 높지 않아 사업자가 옹벽이나 배수로 같은 안전 설비에 비용을 투자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 형식적으로 만들어놓더라도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이를 제대로 잡아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사면안정성 검토’ 등 더 구체적인 제도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설치된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은 설치 과정에서 사면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면안전성 검토와 모듈(패널) 자체의 구조안전성 검토를 법적으로 강제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