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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더이상 리더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퍼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 반(反)자유무역·친(親)보호무역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5월 말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및 자유무역 의제 등과 관련해 나머지 G6 정상들과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의 빈자리는 독일과 중국이 채워가고 있다. 양국 간 유대는 과거 국제사회에선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행보가 이어질수록 독일과 중국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G20 회원국인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라미로 구엘라 대사는 “독일과 중국의 새로운 친밀감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며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두 지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과 중국 간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과는 반대로 미국과 독일, 미국과 중국 간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독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으로 메르켈 총리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G7 정상회의 등에서도 두 지도자는 번번이 부딪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 기간부터 중국을 비난해 오다가 올해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친밀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산 철강 제재, 대만에 무기 판매 등 다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