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명수기자] 시티그룹, CSFB, 도이체방크 등 투자은행(Investment Bank: IB)을 거느린 상업은행들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정통 IB보다 수수료 수입에서 앞선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4일 금융 컨설팅 회사인 프리먼의 자료 등을 인용, 상업은행들이 대출과 투자은행 업무를 연계함으로써 수수료 수입 상위 랭크를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시티그룹은 2월까지 4억3000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올려 1위를 기록했다. 2001년 월 평균 수입은 1억9800만달러였다. 시티그룹은 투자적격 등급 채권 발행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CSFB는 정크본드 발행 대행 등으로 4억2000만달러를 기록, 2위에 올랐다. 도이체방크는 3억8000만달러로 3위,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3억4500만달러로 공동 4위에 마크됐다.
투자은행의 대명사인 골드만삭스는 3억1000만달러로 6위에 그쳤다. 뒤이어 메릴린치 2억8000만달러, 리만브라더스 2억3000만달러, UBS 1억8000만달러, BOA 1억5000만달러 순이었다.
이처럼 미국 금융기관의 IB 수수료 수입에 차이가 생긴 것은 전통적인 IB 업무인 M&A, 기업공개 등이 퇴조한 반면, 대규모 회사채 발행과 은행 대출을 연계한 금융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시티그룹은 GM의 50억달러 10년만기 회사채 발행을 주간했다. 지난해 시티은행은 GM에 180억달러의 크레딧라인(대출)을 설정했다. 시티는 음료캔 생산업체인 크라운콕앤실의 21억2000만달러 회사채 발행을 주간하면서 10억달러 대출에도 참여했다.
시티그룹의 센포드 웨일 회장은 "채권 인수분야에서의 뛰어난 실적이 지난해 IB 부문 실적 개선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BOA증권의 맥클러랜드 사장은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을 다시는 정상에서 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지난해 BOA는 수수료 수입 9위를 기록, 2001년 10위에서 한단계 상승했다. BOA도 대출과 IB 업무를 연계해 재미를 봤다. BOA는 타이코인터내셔날의 전환사채 인수 주간사이면서 15억달러 신디론에 참여했다.
올들어 수수료 수입 1~3위를 휩쓴 상업은행들은 과거 IB 부문을 인수한 은행들이다. 시티콥과 합병하기 전 트레블러스는 97년 살로먼을 인수했다. CSFB는 크레딧스위스 은행이 퍼스트보스턴을 인수함으로써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이 결합됐다. 도이체도 미국의 IB인 BT를 인수합병했다.
그러나 상업은행이 IB 업무를 병행하면서 대출과 연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엔론이나 월드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상업은행이 특정 기업의 주간사 업무를 하면서 부실 대출이나 각종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골드만삭스의 전 파트너였던 로이 스미스 뉴욕대 교수는 "엔론으로 흔들리던 시티그룹과 체이스가 월드콤까지 한꺼번에 터졌다면 300억~40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출과 IB 업무의 복합은 3개 내지 4개 은행 자회사들이 관여하게 된다"며 "딜이 끝났을 때 그들이 진정으로 그 업무를 좋아했을 것 같은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