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여성의 질내 미생물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추후 바이러스 감염과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을 밝혀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미래창조과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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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는 23일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68명의 일란성 쌍둥이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 및 자궁경부암 진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새로운 질내 미생물 질내균총 변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질내균총은 질 내에 서식하는 미생물 전체 집단을 말하는 것으로, 질내 건강의 지표가 된다.
자궁경부암은 전체 자궁암 발생 빈도에서 95%를 차지하며 여성 암 가운데 두 번째로 발생빈도가 높다. 특히 자궁경부암 환자의 99%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검출돼 기존의 자궁세포진 검사나 질확대경 검사를 보완할 수 있는 유전자형 확인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 교수 연구팀은 한 명은 정상이고 다른 한 명은 HPV 혹은 자궁경부암에 걸린 일란성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는데, 이는 인간의 유전적 요인을 배제하고 관련 인자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위험성 HPV나 자궁경부암에 감염된 환자에게서는 스치니아 미생물이 증가하는 반면, 정상균총인 락토바실러스 미생물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란성 쌍둥이의 폐경기 어머니와 쌍둥이 자녀와의 질내균총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폐경기 이후에는 질내에서 락토바실러스 미생물이 급격히 감소하고, 다른 미생물군이 증가되는 것이 관찰됐다.
다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을 받은 폐경 이후 여성의 경우에는 질내 균총의 변화가 없거나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트로겐 등의 여성호르몬 변화가 질내균총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 교수는 “질내균총 변화 발견을 통해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과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물론 사전 진단마커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