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한여름밤의 밀월

  • 등록 2005-07-20 오후 7:13:44

    수정 2005-07-20 오후 7:13:44

[edaily 오상용기자] 은행권과 금융감독당국 사이에 얼굴 붉히는 일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솔선수범(?) 감독당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알아서 긴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입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은행들이 감독당국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할 일이 많아진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금융재테크팀의 오상용기자가 은행들과 금융감독당국과의 `밀월 관계` 속사정을 전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흠 그렇죠?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어요. 감독당국이 요청하기도 전에 은행들이 미리 알아서 협조도 잘하고…" 은행들이 예전보다 금융감독당국에 고분고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참내, 언제 은행들이 감독당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적이 있나요, 비틀면 비틀리는게 은행인데…" 예나 지금이나 금융감독당국이 최상층부에 앉아 호령하던 상황에서 별반 달라진게 뭐 있느냐는 시각입니다. 감독기관과 피감기관 사이엔 필연적으로 갑을(甲乙) 관계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꼭 국내 상황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후자(後者)의 이야기가 당연한 듯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미묘한 분위기를 짚어준 전자(前者)의 지적에도 일면 수긍이 갑니다. 실제 요즘 은행과 금융당국 사이에 마찰음이 잘 들리지 않고 `허니문` 기간을 보내는 듯합니다. 은행들이 고분고분해졌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 같군요. 특히 최근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자제하겠다며 몇몇 은행들이 보여준 `솔선수범`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입니다. `은행들이 본시 이렇게 말을 잘들었던가` 하며 기억을 되돌려 보기도 합니다. 물론 그간 과도한 금리경쟁에 지쳐있던 은행들로선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울고 싶던 차에 뺨때려 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자제에 있어서는 하나은행의 기동성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하나은행을 필두로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주택 담보대출 고객에게 제공하던 미끼금리를 폐지키로 했고, 나아가 다주택자에 대한 담보 대출금리도 차등화했습니다. 저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에 일조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주택담보대출 자제에 팔을 걷어 붙인 것입니다. 부동산 안정의 일임을 담당하고 나선 금융감독당국으로서도 이들 은행이 기특하기 이를데 없었을 겁니다. 은행들이 왜 이렇게 싹싹해진 걸까요? 은행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세가지 정도로 정리됩니다. 첫째, 맞설 일이 줄었다. 둘째, 감독당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일이 생겨서 알아서 긴다. 셋째, 찍히면 온전하지 못하다는 학습의 결과물이다. 맞설 일이 줄었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강제할 일이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즉 지난 2003~2004년 SK사태나 LG카드 사태처럼 감독당국이 시급히 조치해야할 금융 현안이 줄었다는 것이지요. 그간 대기업 부실이 발생할 때마다 감독당국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이유로 채권은행들에게 총대를 맬 것을 종용했었는데, 올들어선 그런 일로 은행을 닥달할 일이 없었다는 겁니다. 반면, 감독당국의 협조가 아쉬운 은행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하나은행이 대표적입니다. 금감원이 지주회사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으면 지난 몇년간 주요 성장전략으로 추진해 왔던 일들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지요. 일각에선 최근 하나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억제에 팔을 걷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억제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찍히면 온전치 못하다`는 교훈은 지난해 김정태 국민은행 전 행장의 낙마로 더 확고해진 것 같습니다. 당시 은행권에선 김 전 행장의 낙마 배경에는 금융감독당국과의 불화도 컸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는 것이죠. 이 일을 계기로 나이 지긋하고 2~3차례 연임한 분을 회장이나 행장으로 모시고 있는 은행들은 예전 보다 더 높이 감독당국을 향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어쨌든 최근 은행과 감독당국의 원만한 관계를 `시장 자율에 의한 감독규제 정착`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권의 눈치보기가 `시장자율에 의한 감독규제 정착`은 아니라는 겁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일각에선 감독당국이 그간 은행들이 보여준 성의에 화답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마무리될 부동산 담보대출 실태 조사에서 선처를 기대하는 은행들의 이야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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