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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을 가진 선진국 다국적 기업이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되는 원자재를 투입해 반도체 같은 첨단재를 만드는 상황에서 미국, 중국처럼 선진국과 개도국간 관계가 좋지 않다면 글로벌 공급망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첨단재 수출이 선진국, 개도국에 미치는 외부효과가 따라 수출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예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 부연구위원은 내달 1일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일환으로 한국국제통상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선진국과 개도국의 수출규제 정책이 공급망 재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논문은 조만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수출규제의 경제적 함의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공개된다.
예 부연구위원은 미중 갈등과 반도체를 사례로 “중국 내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가 생산됨에 따라 생산기술의 스필오버(spillover)가 발생해 군사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미중간 잠재적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할 때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 생산은 양국에 상반된 외부효과를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첨단재가 수출됨에 따라 선진국에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하지만 개도국에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아주 크지 않다면 선진국 정부는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이에 따라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은 자국에서 해당 첨단재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럴 때 개도국 정부는 적극적인 수출제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도국이 갖게 되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크다면 중국의 갈륨 등 광물 수출금지 조치처럼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가 시행, 양국의 생산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첨단재 수출이 이뤄질 때 어떠한 외부효과도 없고 양국 모두에게 긍정적 외부효과가 존재한다면 양국 모두 수출 규제 정책을 하지 않는다.
예 부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 첨단기술 자본재의 수출에 따른 부정적 외부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리쇼어링(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reshoring)을 유도하는 정책을 하고 있다면 첨단재 수출을 통해 긍정적 외부효과를 나타내는 제3의 개도국이 생산시설 이전지의 대안으로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제3의 개도국이 첨단재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인데 선진국 다국적 기업이 자국으로 생산기술을 이전할 유인이 없다면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해 자원이나 중간재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도국 정부의 정책 효과는 제3의 개도국으로의 첨단재 수출이 선진국 정부에 얼마나 긍정적 외부효과를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