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구글, 美정보기관에 넘긴 韓이용자 정보 내역 공개해야”

시민단체, 구글·구글코리아 상대로 개인정보 등 공개 청구
1·2심 이어 대법도 이용자 일부 승소…“열람 요구에 응해야”
미국법 비공개 의무 사항 다시 판단…대법, 일부 파기환송
“외국 법령 존재만으로 정당한 사유 인정할 수는 없어”
  • 등록 2023-04-13 오후 12:16:01

    수정 2023-04-13 오후 12:16:01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구글이 제3자에게 국내 이용자의 정보를 제공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미국 법령에 비공개 의무가 있는 것은 구글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한 2심 판결(원고 일부 패소 부분) 일부를 깼다.

(사진=AFP)
13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구글서비스 이용자인 원고들이 피고 구글 인코퍼레이티드, 피고 구글코리아 유한회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내역의 제3자 제공현황 공개 및 공개 거부에 대한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2심에서 원고들이 일부 패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국내 인권활동가 6명이 2014년 구글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PRISM) 프로그램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했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개인정보와 지메일 사용 내용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보공개 내용을 밝히라고 구글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프리즘’은 미국을 지나는 광섬유 케이블에서 이메일 등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는 NSA의 감시 프로그램이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구글이 미국 정보기관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폭로돼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논란이 컸었다.

하지만 구글은 요청을 거부했고 2014년 7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의 활동가 6명이 본인들이 사용하는 구글 계정과 관련해 구글 본사와 구글 코리아가 수집·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와 서비스이용내역을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국내 소비자는 국제사법에 따라 한국 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제3자에게 제공한 국내 이용자 정보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도 원심 판단을 유지한 데 이어 원심에서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구글코리아에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구글 측은 “구글 본사의 모든 소송은 미국 현지 법원이 전속 관할권을 가진다는 국제 합의가 존재한다”며 한국 법원에 소송 제기가 부적합하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글의 주장은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 재판관할권을 배제하는 합의로 국제사법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며 설명했다.

이에 구글은 “다른 정보와 결합해야만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비식별 정보는 제3자 제공현황 공개 대상인 ‘개인정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다면 그 정보도 개인정보로 본다”고 판단했다.

또 구글 한국 법인의 정보 공개 의무와 관련해 재판부는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위치정보 사업 허가 신청을 했고 국내 구글 서비스 주소의 등록인이라는 점 등을 볼 때 본사와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미국법령에서 비공개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 피고 구글이 원고에게 그 열람·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봤다. 또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하지만 대법원은 외국 법령의 존재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는 없고, 해당 외국법령에 따른 비공개 의무가 대한민국의 헌법,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이 비해 그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 요건이 충족돼 실질적으로 비공개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 구글이 그 정보의 제공 현황을 원고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나아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은 그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제한·거절해야 하고, 특히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외국의 수사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가 이미 종료되는 등으로 위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는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용자에게 해당 정보의 제공 사실을 열람·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 구글과 체결한 구글서비스 이용계약은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소비자 계약이므로, 원고들이 대한민국에 피고 구글에 대한 소를 제기한 것은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적법(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은 준거법합의에도 불구하고 강행규정인 우리나라의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2항, 4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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