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R&D단지서 등장한 이병철 정신…40년 전 초심 강조

이재용 부회장 복권 이후 첫 경영행보 나서
1983년 이병철 ‘도쿄 선언’ 직후 발언 공개
“문장 수시로 읽으며 ‘선대 의지’ 되새겨”
  • 등록 2022-08-19 오후 3:20:25

    수정 2022-08-19 오후 3:31:27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무자원 반도인 우리의 자연적 조건에 맞으면서 해외에서도 필요한 제품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곧 고부가가치, 고기술 상품, 즉 첨단기술 상품이다.”

“반도체, 컴퓨터 등 첨단산업 분야는 세계시장이 무한히 넓다.”

“반도체, 컴퓨터 산업은 그 자체로서도 시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의 파급효과가 지대하며 무공에 매우 적합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이후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참석한 반도체사업장 연구개발(R&D) 단지에서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의 반도체 사업 결심과 관련한 글귀가 40년만에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19일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R&D단지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설치된 대형 발광다이오드(LED)에서 나온 네 문장의 글귀와 기흥사업장 모형도가 임직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이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4개 문장의 글귀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이 1983년 2월 주위의 반대와 비웃음을 무릅쓰고 반도체 사업 진출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던 이른바 ‘도쿄 선언’ 직후에 한 발언 중 일부를 담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취지와 의미를 밝히면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창업자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옛날식 한자 표현을 한글화 작업을 통해 최근 재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전자가 착공식에서 이 선대회장의 글귀를 삼성 반도체 발원지인 기흥에서 40년 만에 공개한 것은 ‘도쿄 선언’ 당시 이 선대회장의 절박했던 심정을 되새기며 혁신과 과감한 도전으로 위기를 타개하고 글로벌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선대회장은 ‘도쿄 선언’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반도체 사업 진출로) 잘못하면 삼성그룹 절반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성이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한 바 있다.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선대 회장이 남긴 이 글귀를 항상 곁에 두고 수시로 읽으면서 그 뜻을 거듭 되새새기고 있다”면서 “과거 선대회장이 임직원들로부터 생일선물로 전달받았던 ‘기흥사업장 모형도’도 소중하게 간직하며 반도체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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