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근처 주유소를 수시로 검색했지만 이날만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주차장 벽에 달린 충전기에서 코드를 뽑아 차의 충전캡을 열어 꼽으면 그만이다. 꽉 채워 충전하더라도 전기료가 2000원 안팎이다.
충전기를 꽂아둔 채 옆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로 향했다. ‘누가 코드를 뽑지는 않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키를 소지하지 않고서는 코드를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차를 가지러 돌아오니 80%가 충전돼 있다. 주행가능거리는 100km에 달했다. 이날은 장거리 운행 계획이 없어 이 정도면 충분했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들릴듯 말듯한 작은 소리가 나며 시동이 걸렸다. 운전대 오른쪽 뒤편에 달린 기어레버를 아래로 당겨 D에 놓고 엑셀 패달을 밟으니 부드럽게 차가 전진했다.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힘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지하주차창의 빙글빙글 오르막을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i3는 전혀 막힘없이 가속되는데다 속도를 올릴 때 내연기관 차에서 나는 시끄러운 엔진 소음이 거의 없어 신세계였다. 소음이 없다보니 보행자와의 안전문제로 향후 알람기능이 달린 옵션이 추가된다고 한다.
i3가 내연기관차와 또 다른 점은 엑셀 패달에서 발을 떼면 즉시 속도가 줄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것. 내연기관 차처럼 수시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따로 밟을 필요가 없다. 완전히 정차할 때는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하지만 교통흐름에 따라 속도를 줄이려면 발이 이전처럼 바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에는 어색한 기능이기도 하지만 적응하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또 사고가 났을 때 버튼 하나만으로 위급한 상황을 알릴 수 있다. 천정에 달린 빨간 버튼을 누르면 BMW 콜센터와 바로 연결돼 차의 상태를 알려주거나 위급한 상황을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향후 BMW 차량에도 점자 확대 적용되는 이 기능은 i3에 처음으로 장착됐다.
이동의 신세계를 열어주는 BMW i3의 오너가 되려면 얼마가 들까. i3의 기본 가격은 5200만원. 여기서 20~30%의 선수금을 내면 3년간 매달 50만원을 내고 탈 수 있다. 다른 차들과 리스 방식이 같다. 3년뒤 고객이 변심해 차를 인수하지 않으면 BMW에 반납하면 된다. 330만원인 충전기도 리스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다. 한달에 10만원이 든다. 한달 주행거리 1800km 기준으로 전기료는 3만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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