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 파산이 준 선물

개혁 지연·정부 지원에 안주한 결과
정부·시장 입장에선 藥..파급효과도 제한될 듯
  • 등록 2010-01-19 오후 5:09:28

    수정 2010-01-19 오후 5:09:28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일본항공(JAL)이 결국 예정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히라노 히로후미 일본 관방상은 19일 JAL의 법정관리 신청 결정을 공식확인했다.

JAL의 파산은 일본 기업들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때 일본의 국제적인 기업으로서의 열망과 포부로 상징됐던 국영 항공사의 파산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JAL은 지난 1951년 민영 항공사로 출범해 1953년 국영화 후 본격적으로 국제 항공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정부는 1987년 보유지분을 매각해 다시 민영화시켰지만 2000년대 들어 경기 하강으로 경영이 악화될 때마다 매번 정부에게 손을 내미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3번의 공적자금 끝에 파산..안이한 개혁지연 결과

JAL은 세 차례에 걸쳐 공적자금을 투입받았는데 먼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여행산업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2001년10월 정부로부터 상당한 공적자금을 받는다. 당시 공적자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2004년 사스와 이라크전 여파가 다시 한번 여행수요에 타격을 주면서 또 한차례 수혈이 이뤄졌고 정부는 900억엔의 자금을 지원했다. 또 금융위기와 맞물려 찾아온 가장 최근의 경기후퇴로 JAL은 지난 해 4월 다시 2000억엔의 자금지원을 받았고 5월에 1200명의 감원을 실시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질 못했다.

JAL 파산은 경영진의 개혁 지연과 직원 및 퇴직자들의 무분별한 고용혜택 유용, 오랫동안 공적자금에 안주해온 안이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한 마디로 과거 영욕에 집착해 경쟁이 격화된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생존 확보를 위한 사전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탓이다.

◇ 글로벌 항공업 침체 측면에서도 필연

사실상 JAL의 파산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글로벌 항공업계 흐름에서 일본 항공사들은 정부에 의지해 역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항공산업이 수많은 부침을 겪는사이 크고 작은 항공사들이 사라지며 1978년 이후 100개 이상의 항공사들이 파산했다. 특히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이후 미국의 델타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에어라인, 노스웨스트, US 에어웨이 등이 나란히 파산한 것은 유명하다.

가깝게는 지난 2001년 스위스에어와 제휴사인 벨기에 사베나 항공이 파산했고 뉴질랜드는 에어뉴질랜드항공을 국영화시켰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피닉스에 소재한 메사에어그룹이 올해 초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특히 이번 경기하강의 여파는 어느 때보다 거셌다. 국제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은 168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지난 해 손실도 110억달에 달했다. 2년간 기록한 278억달러의 손실은 과거 9.11 테러 이후 2001~2002년 사이 입은 손실(243억달러) 규모를 웃돈다.
 
올해 역시 56억달러의 손실이 전망되는 등 글로벌 항공업계는 여전히 부진할 전망이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에어라인이 JAL과의 제휴에 혈안이 돼있는 것도 녹록치 않은 상황을 대변한다. 오히려 경쟁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의 JAL의 파산은 구조조정 기회 측면에서 적절하는 평가도 나온다.

◇ 정치·시장 측면서 긍정적 의미 더 커..영향 미미할 듯

JAL의 파산은 정부와 주주, 일본 국민에게 쓴맛을 안겼지만 긍정적인 의미 역시 크다.

오랜 관료주의를 철퇴하겠다고 밝혀온 하토야마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통해 더이상 `대마불사` 기업을 용납치 않으며 기존 정부의 오랜 관행과 단절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JAL 역시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사업만을 남겨 날렵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한 JAL 투자자는 "JAL은 일본 국가정책의 기념비적인 존재였다는 점에서 매우 대담한 결정"이라며 "주주나 국민으로서 절대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자도 "JAL의 퇴직자들과 연금자들이 약을 삼키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시간이 흐른 후 되돌아보면 기업을 뜯어고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L은 일본에서 6번째로 큰 기업이지만 충격 역시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90년대 말 일본의 장기신용은행이나 야마이치증권 파산의 경우 경제버블 붕괴와 함께 국가적 충격을 줬지만 JAL은 수년간 이미 잠재적인 파산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상대적으로 파급효과가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역시 모든 JAL의 상거래와 항공운영 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기했다.

아키노 미쓰시게 이치요시투자운용 매니저는 "5년전이었다면 JAL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겠지만 이제 과거의 영광만 남은 JAL을 구해주길 원하는 일본인은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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