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전기차를 한 라인에서"…KG모빌리티, 국내 첫 혼류생산[르포]

평택공장 조립라인 재편…혼류 생산 가능
프레임·모노코크 등 車 생산 방식도 다양
자동화율 높이고 공정 최적화한 SUV 명가
"유연한 생산 가능해…수출 중심으로 반등"
  • 등록 2024-04-24 오후 2:02:19

    수정 2024-04-24 오후 10:24:26

[평택=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KG모빌리티(003620)(KGM) 평택공장 조립 3라인. 요란한 공정 소리와 함께 분주한 작업자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모두 손을 바쁘게 놀리며 KGM의 중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를 조립하고 있었다. 그 뒤로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토레스 EVX가 따라 들어서자 앞차 공정을 마친 작업자들이 능숙하게 전기차 조립에 돌입했다.

경기도 평택시 KG모빌리티 평택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을 생산 중이다. (사진=KG모빌리티)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시 KGM 평택공장을 찾았다. KGM은 생산 방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종을 한곳에서 동시에 만들 수 있는 ‘혼류 생산’ 라인을 새로 구축한 이후 언론에 공개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까지 한곳에서 혼류 생산되는 것은 국내에서 평택공장이 처음이다.

경기도 평택시 KG모빌리티 평택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을 생산 중이다. (사진=KG모빌리티)
렉스턴 스포츠와 토레스 EVX는 모두 KGM을 대표하는 차종이지만 생산 방식은 판이하다. 렉스턴 스포츠는 바디 온 프레임(프레임) 방식으로, 토레스 EVX는 유니바디(모노코크) 방식으로 각각 만들어진다.

프레임 방식은 강철 프레임에 파워트레인(구동계)과 차체를 얹는 것으로 차량 생산 초기부터 쓰인 방식이다. KGM의 스테디셀러 렉스턴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칸 등이 이 방식으로 생산 중이다.

모노코크 방식은 프레임과 차체를 결합한 단일 구조로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차체를 경량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도심형 SUV를 만들 때 주로 쓰인다. 무거운 배터리를 단 전기차 역시 유니바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KGM은 토레스와 토레스 EVX를 유니바디로 생산 중이다.

경기도 평택시 KG모빌리티 평택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을 생산 중이다. (사진=KG모빌리티)
KGM은 두 방식을 혼합해 차를 만들 수 있도록 조립 라인을 변경했다. 지난해 말 500억원을 투입해 프레임 차량 전용 라인을 프레임·모노코크 및 전기차까지 혼류 생산할 수 있는 라인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통해 KGM은 정통 SUV부터 순수전기차까지 다양한 차종을 수요에 맞게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게 됐다. 공장 자동화율을 대폭 높여 효율성도 끌어올렸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차종별 공법을 일원화해 시간당 30대까지 생산 가능하도록 하면서다.

혼류 생산을 위한 신공법도 적용했다. 파워트레인 등 자동차 섀시와 차체(바디)를 연결하는 ‘바디 마운팅’ 공정이 대표적이다. 이 공정에서 프레임과 모노코크 방식의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한다. 프레임 방식이 더 복잡한 공정을 요하는데, 이를 최적화해 작업 속도를 균일하게 만들었다. 캐빈(좌석 부분)과 데크(짐칸)를 따로 연결해야 했던 픽업트럭 차종의 경우 캐빈·데크를 동시에 운반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한 번의 공정으로 단일화했다.

전동화 시대를 맞아 전기차 생산에 알맞은 자동화 설비도 구축했다. 400㎏이 넘는 전기차용 고압 배터리를 자동으로 차에 장착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서다. 기존 내연기관 차의 엔진룸 공정이 이뤄지는 구간에 토레스 EVX가 진입하자 배터리가 자동으로 장착됐다. 이어 작업자가 정밀한 연결 작업을 거쳐 배터리를 활성화하고 다음 조립라인으로 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기도 평택시 KG모빌리티 평택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을 생산 중이다. (사진=KG모빌리티)
KGM이 이처럼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노코크 방식과 프레임 방식을 아우르는 혼류 생산 라인을 구축한 이유는 ‘SUV 명가’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맞춘 SUV 차종을 보유한 만큼 전 차종을 꾸준히 생산하겠다는 의지다.

KGM은 향후 출시할 신차도 혼류 생산을 통해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실제 설비 재편을 마친 조립 3라인 한 켠에는 KGM의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을 위한 공간이 비어 있었다. 내년 생산할 하이브리드 차량 역시 평택공장에서 만든다.

더욱 효율적인 생산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곳곳의 수요에도 충실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KGM은 토레스 EVX 등 신차를 유럽과 아중동 등 세계 시장에 선보이며 수출 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유연한 생산으로 전 세계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며 흑자를 통한 반등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박장호 KGM 생산본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6대4 수준이던 수출과 내수 비중이 올해는 뒤집히는 등 내수 기반 판매에서 수출 중심으로 변화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토레스 EVX 등을 혼류 라인에서 생산하며 모자란 물량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레임 차종을 단종할 계획은 당장 없으며 수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빠른 이행이 가능해 혼류 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던 만큼 직원과 그룹 전체가 일심동체로 반등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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