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 김도년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저축은행 피해자 대책에 정부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구조조정 재원 확대에 협조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포퓰리즘 논란을 낳고 있는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의 관철을 위해 성격이 다른 법안을 연계하고 나서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국회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최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저축은행 피해자 대책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구조조정 특별계정 연장안에 협조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최근 “정부가 저축은행 피해자 대책에 부정적으로 접근하면 어떤 법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밝혔고, 민주당 우제창 의원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려면 법과 예산을 일체 주지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 정무위는 저축은행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저축은행에 비과세 예금을 허용해 2008년 9월부터 2011년 말까지 영업정지된 19개 저축은행과 거래하다 발생한 피해금 일부를 보상해주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질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고, 저축은행 부실을 더 키울 가능성이 크다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자 국회는 정부가 추진중인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연장안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정부는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늘면서 구조조정 재원이 더 필요해지자 특별계정 운영시한을 5년가량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에 국회는 금융위가 당초 저축은행 특별계정에 정부 재정을 5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발표해놓고, 기획재정부가 반대하자 출연금이 아닌 융자금 형태로 1000억원만 투입하는 것 자체가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은 오는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조정 재원을 말한다. 은행과 보험 등 권역별 예금보험료 45%와 저축은행들의 예보료, 정부 출연금 등으로 조성돼 금융권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국회가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과 구조조정 특별계정 연장안을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내달 2일쯤 국회 의결을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국회가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이 정부는 물론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별계정 연장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에 문을 닫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선 재원을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과 특별계정 연장안은 전혀 성격이 다른 사안인데 이를 엮어서 정부의 동의를 얻으려는 건 너무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성인(경제학) 홍익대 교수는 “이번 저축은행 피해자 대책은 국회가 지역구의 표를 의식해 국가 재정을 겁박하는 행태”라며 “금융질서의 원칙을 지키려는 정부의 행동이 옳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