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판교→상암→?"..대규모 PF사업 '부실 도미노'

경기 침체로 건설사 지급보증 거부
"시공사 부담 집중되는 방식 한계"
  • 등록 2010-07-26 오후 3:38:21

    수정 2010-07-26 오후 4:51:58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수도권 초대형 개발 사업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은 장래 사업성을 믿고 건설사가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인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도심 개발 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최대 건설투자사인 삼성물산이 PF 지급보증 대신 유상증자 방식을 주장하면서 좌초 위기에 몰렸다.

◇ 건설사들 보증 거부 잇따라

땅주인인 코레일은 토지 중도금 7000억원 가량에 대한 납부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 롯데관광개발과 KB자산운용, 푸르덴셜 등 주간사들이 건설사 지급보증 규모를 2조원에서 9500억원으로 줄이고 출자 지분별 3000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중재안을 내놓은 상태다. 출자사들은 다음달 6일까지 이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아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그런가하면 수도권 최대 알짜상권으로 꼽혔던 판교 알파돔시티 개발도 중단 위기다.

사업권자인 알파돔시티PFV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중도금 납부를 연체하고 있는데, 다음달 말까지도 중도금을 내지 못하면 토지매매 계약이 취소된다.

출자사들의 지급보증을 통해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나서는 건설사들이 없다. 시장 상황이 열악해서 사업을 떠안는데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롯데건설과 풍성주택, GS건설, SK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818m)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133층(640m)으로 설계된 서울 상암 DMC 랜드마크타워도 PF 지급보증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출자사 중 대림산업이 보증을 거부하면서 PF 추진이 중단돼 지난 5월 3차 중도금을 연체했다. 건설사들만 위험부담을 짊어지는 사업구조로는 시공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 대림산업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행사인 서울라이트타워는 유상증자를 통해 땅값을 조달하는 방안과 함께 대림산업을 대체할 건설사를 물색하고 있다.
 
◇ 공모형 PF 120조원..대부분 삐그덕

현재 전국적으로 공모형 PF 사업은 44개이며 총 투자금액으로는 12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PF 사업이 대부분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이전에 시작됐는데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실시협약을 변경해서 용적률 상향이나 땅값 지급 연기 등 프로젝트별 대안 마련을 정부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선보인 PF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손쉽게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자금조달 방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함께 건설업은 물론 금융권까지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됐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재 부동산 PF는 시공사한테 모든 리스크가 집중돼 있는 구조인데 최근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자 지급보증을 거부하는 사례가 는다"면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가 도입되면 부채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므로 지금까지 해 오던 PF 방식이 계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PF 지급보증은 회계에서 대부분 우발채무로 잡히지만 내년에 국내 도입 예정인 IFRS 체계에서는 상당부분 부채로 인식하게 된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220% 수준인 건설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IFRS 도입 이후 300%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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