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백만장자는 누구에게나 아이비 리그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이버 대학을 만들겠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환경오염을 막는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었다. 어떤 이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포근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희망과 기쁨이 가득찬 눈으로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지금 그들이 가진 주식의 거품이 꺼지면서 그들의 원대했던 포부도 시들해졌다고 13일(현지시각) LA타임즈가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자선사업가인 스티브 키르쉬는 7000만달러에 달했던 그의 자선 재단이 1500만달러로 줄어든 쓰디쓴 경험을 한 후 "소위 신박애주의라고 불리웠던 기부 열풍이 기술주 급락과 함께 꺼졌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소재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스트라티지(MicroStrategy)의 마이클 세일러 사장은 1억달러 상당의 사이버 대학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는 커리큘럼 전문가와 작가, 편집인, 기술자 등을 고용하겠다는 구체적인 포부까지 대중에게 알렸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스트라티지의 시가총액은 세일러 사장이 기부하겠다는 1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9400만달러로 추락했고 그의 포부도 함께 잠들었다.
대학에 대한 기부금도 급감했다. 2000년 1월 미국 MIT공대는 미시간 소재의 나노베이션테크놀러지가 대학의 값비싼 전문 연구시설에 90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총 기부금중 400만 달러만을 지불한 채 나노베이션테크놀러지는 일년전 파산했다.
AOL타임워너의 부회장인 테드 터너도 터너재단을 설립하고 수백만개의 환경단체에 기부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터너 부회장의 재산은 AOL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급감했고 내년부터 기부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외에도 많은 재단이 문을 닫고 기부를 중단했으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재단들은 기한을 넘긴 프로젝트 파일들만 쌓여 있는 상태다.
플로라 패밀리 재단의 스티브 토벤은 이와 관련 "기술주의 거품 붕괴는 경영자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에도 큰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