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몽니에…6년마다 반복되는 '헌재 마비' 현실화

10월 17일 재판관 3명 일시 퇴임…심리 정족수 미달
여야, 국회 추천 몫 3명 두고 '샅바 싸움'
여 "관례대로 1명 합의" VS 야 "2명 야권 추천"
  • 등록 2024-09-23 오후 2:46:45

    수정 2024-09-23 오후 7:21:11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23일 취임한 가운데 오는 10월 헌법재판관 3명이 일시에 퇴임하면서 헌법재판소 파행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국회 추천 몫인 3명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후임 재판관 임명 절차는 아직 국회 논의 단계다. 극적으로 합의되더라도 인사청문회 등 절차에 한 달 이상은 걸릴 전망이라 국회 기싸움으로 인한 헌재 마비 가능성이 크단 지적이 나온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 달 1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된다. 헌법 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중 3명은 대법원장이,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데, 국회는 퇴임 예정 재판관 후임을 어떤 방식으로 선출할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1998년 헌재가 설립된 이후 2000년부터 관례로 여야 1명씩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합의로 선출해 왔다. 그러나 이번 국회는 야권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2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면서 팽팽한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돼야 심리가 가능한데 3명의 공백이 생기면 헌재의 기능이 마비된다는 점이다. 헌재는 대통령 등 고위공무원 및 법관 등에 대한 탄핵 심판, 정당해산, 헌법 소원 등 중대한 법리적 검토를 담당한다. 민주당이 제기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과 검사 탄핵 심판도 현재 심리 중이다. 재판관이 채워지지 않으면 이에 대한 심리도 중단된다.

직전 구성인 2018년에는 원내교섭단체 3곳이 각각 1명씩 선출했다. 반면 이번 국회는 원내교섭단체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두 곳에 불과하고, 민주당 계열이 과반수를 차지한 탓에 민주당은 자신들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헌정질서 마비를 시도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헌재 공백 사태를 일으킴으로써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정지 기간을 늘리려는 것 아니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검사 탄핵 심판 결과를 늦춤으로써 부담감을 덜 의도라고도 보고 있다.

‘재판관 공백’ 우려는 재판관 임기인 6년마다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민주당 몫이었던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1년 2개월여 동안 8인 체제로 운영됐다. 2018년에도 여야 대립으로 공백 사태가 생기면서 9, 10월 두 달 연속 선고가 이뤄지지 못했다. 일각에선 문제가 반복돼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연구원 측 관계자는 “이전에는 (합의가) 잘 이뤄진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국회 상황 합의가 우선돼야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 20일 퇴임한 이은애 재판관 후임인 김복형 재판관은 이날 취임식을 열고 첫 일성을 전했다. 그는 “헌재가 최근 탄핵심판, 권한쟁의심판 등 사건이 증가하면서 정치적 갈등 해결기관으로서의 역할도 많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어떤 길이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최선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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