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석유정제, 화학, 철강, 전기가스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물가 상승세가 연중 내내 지속될 경우 전산업의 생산비용이 9.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석유정제는 원가부담을 쉽게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있어 수입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휘발유 가격 등 석유정제품은 1.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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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입물가 상승에는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른 영향도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 측면도 있다. 올 들어 6월까지 수입 원자재 가격은 전년동기비 67.7% 올랐는데 국제원자재 가격 충격은 47.0%포인트, 환율 상승 충격은 7.1%포인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정제, 화학, 철강업은 수입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고 가격 전가도 크게 일어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특히 석유정제의 경우 수입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휘발유 등 석유정제품의 가격은 1.32%포인트 올랐다. 수입물가 오른 것보다 더 오른 것이다. 석유정제업은 원자재 투입비중이 70%로 다른 업종 대비 크게 높은데다 가격 탄력성이 낮아 가격 전가가 쉽게 이뤄진다. 휘발유 가격이 높거나 낮거나 소비 증감에는 영향이 별로 없어 가격 조정이 쉽다는 얘기다. 또 업종 내 경쟁도 치열하지 않은 편이다.
항공, 해운 등 운수업도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고 업종내 경쟁 관계가 약해 가격 전가가 크게 일어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건설업은 생산 비용 증가가 최종재 가격에 반영되는 정도가 커 가격 전가가 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광원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수입물가 오름세가 연중 내내 지속될 경우 전기가스,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산업 생산비용이 9.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산업별 가격 전가는 석유정제, 화학, 철강 등 제조업에서 가장 빠르고 그 다음은 건설업, 전기가스업, 서비스업 순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수입물가가 1%포인트 오를 때 제조업은 0.19%포인트, 건설업은 0.17%포인트, 전기가스업은 0.12%포인트, 서비스업은 0.02%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장은 “수입 물가 가격 전가의 비대칭성, 비선형성에 비춰볼 때 국제원자재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클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며 “물가안정 정책 및 경제전망 수행시 산업별로 수입 물가 가격 전가 정도의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