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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계가 올해 신규 고용을 줄인다. 수주물량이 급감하면서 고용 여력이 떨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조선소가 몰린 동남권의 지역경제도 울상이다.
조선업체 91%, 올해 신규 고용 감소 계획
27일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업체의 91%는 올해 신규 고용을 지난해보다 더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지난 4월18일~5월12일 전국 27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선업체 중 45.5%는 0~5% 감소를, 45.5%는 5% 이상 감소를 각각 계획하고 있었다. 0~5% 신규 고용을 늘리겠다는 업체는 9%에 불과했다.
정보통신(IT) 자동차 석유화학·정제 기계장비 등 업체들의 절반 이상이 신규 고용을 더 할 계획인 것과 비교해보면, 조선업계의 부진은 더 도드라진다.
이는 조선업계가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신규 수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신규수주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만 해도 100억달러어치 수주했다. 2012년(96억달러) 2013년(133억달러) 2014년(73억달러) 등 최근 몇년간 꾸준히 100억달러 안팎의 성적표를 올렸다. 올해 급격한 불황이 찾아온 것이다.
중소형 조선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STX조선은 끝내 법정관리로 간다. 성동조선해양 SPP조선해양 대선조선 등도 사실상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태다.
조선업계의 급락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부문 3월 BSI는 전년 동기 대비 -17.4%나 줄었다. 제조업 내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김병조 한은 지역경제팀장은 “현재 조선업 구조조정 상황으로 봤을 때 고용을 더 늘릴 여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조선업계의 실적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이고 전세계 경기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은 탓이다.
조선소 몰린 동남권, 이미 경기둔화 기미
특히 우려되는 건 조선사들이 몰려있는 동남권 지역경제다. 한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경남지역 조선업 종사자수는 약 6만6000여명(선박 및 보트 건조업 기준)이다. 2000년대 초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만에 하나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대규모 인력감축이 현실화 한다면, 경기 둔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 기미는 이미 보이고 있다. 한은의 4~5월 조사 결과, 조선업체가 많은 동남권만 유일하게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했다. 부산 센텀시티몰 등 대형 쇼핑몰이 개장했음에도 전반적인 경기 부진에 도소매업이 부진했고, 국내외 관광객이 늘었음에도 기업의 경영실적 악화로 음식·숙박업도 불황을 면치 못했다. 부동산·임대업도 주택거래매매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소폭 감소했다.
한편 구조조정의 또다른 축인 해운업 역시 부진했다. 올해 1~3월 중 부산항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480만TEU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해운업계의 경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해운업계는 전세계 교역량 감소가 계속되면서 당분간 물동량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