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간암은 국내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흔한 암으로 5년 후 생존률이 28.6%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간암 초기 때 간 절제술과 단 1개의 공인 항암제(소라페닙·sorafenib)만이 가능한 치료법이다.
국내 연구진이 인체 내 간암 억제유전자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전을 규명,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남석우 가톨릭의대 교수팀은 간암 억제유전자인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 6’(HDAC6)이 마이크로리보핵산-221(microRNA-221)에 따라 소실되거나 발현한다는 점을 동물모델과 인체시료를 통해 검증했다고 15일 밝혔다.
암 억제유전자는 정상세포에 존재해 그 세포가 암세포화하는 것을 막는다. 암 억제 유전자들이 돌연변이나 기타 이유로 기능을 잃으면 암이 발생한다.
microRNA-221는 정상 조직에 비해 간암 조직에서 많이 발현돼 있다. microRNA는 단백질로 전사되지 않는 17~25 염기서열로 구성된 작은 RNA 조각. 연구팀은 microRNA-221과 간암 억제유전자 HDAC6와 관계에 주목했다.
| 간암에서 microRNA-221 발현 증가와 이에 의한 HDAC6 조절. (A) 간암조직에서 microRNA-221의 발현이 증가되어 있고, 간암 세포주에서 microRNA-221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자 HDAC6이 줄어들었다. (B) microRNA-221이 과발현된 대단위 간암환자군에서 5년 후 생존률이 현저히 감소됐다. 간암에서 암 유발 microRNA로 작용하는 microRNA-221의 과발현에 의해 HDAC6가 조절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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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microRNA-221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니 HDAC6 발현이 증가했고 그 결과 간암세포 성장이 억제됐다. 반면 microRNA-221 발현을 증가시키면 HDAC6 발현이 감소해 간암세포가 성장하는 점을 발견했다.
| 남석우 가톨릭의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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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석우 교수는 “간암 억제유전자의 활성화를 방해하는 microRNA-221의 발현 기전을 인체 부작용 없이 조절해 간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에는 남 교수가 교신저자로, 같은 대학의 배현진 박사와 정광화 박사가 공동 제 1저자로 각각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의약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간장학(肝臟學) 저널’(Journal of Hepatology) 온라인판에 지난달 28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