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강덕수서정진의 과속스캔들

  • 등록 2013-06-13 오후 3:31:49

    수정 2013-06-13 오후 4:23:08

[남궁 덕 칼럼]이데일리 총괄부국장 겸 산업1부장

<강덕수 서정진의 과속스캔들>

재계의 두 파이터가 ‘과속스캔들’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두 사람 모두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혜성같이 나타나 강한 리더십으로 벼락같이 급성장한 것도 비슷하다.강 회장은 쌍용, 서 회장은 대우 출신이다.둘 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가 정신’의 소유자다. 요즘 말하는 창조경제의 리더로 볼 수 있다.

먼저 과속티켓을 받은 쪽은 STX 강 회장이다.쌍용양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1년 사재 20억원을 털어 자신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 STX그룹을 출범시켰다. 이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과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잇따라 사들였다. 2001년 5000억원을 밑돌던 매출은 지난해 18조83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산기준 재계 13위.강 회장은 보유현금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이를 상장시켜 1~2년만에 회수하고 다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방식으로 그룹을 키웠다.

그가 과속스캔들 혐의로 세간의 의심을 받게된 건 STX대련조선소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다. 구조조정 메스를 쥐고 있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강 회장과 그가 야심차게 꾸려온 STX는 난파선으로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양새다.고가의 크루즈선박을 만들겠다고 인수한 STX유럽(옛 아커야즈 )도 항로가 묘연해 보인다.

서정진 회장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키운 셀트리온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한다고 전격 발표한 뒤 두문불출하고 있다. 매각 발표를 한게 지난 4월16일 이니 벌써 두달째다. 서 회장은 ‘바이오벤처의 전설’로 불린다.두 달새 시가총액이 1조원 가량 빠졌지만, 아직도 손꼽히는 주식 거부(巨富) 다.

건국대 산업공학과 재학 시절‘공대생 조기졸업 1호‘라는 기록을 세운 뒤 삼성전기를 거쳐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일하던 서 회장은 1990년대 초반 컨설팅을 하다 만난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의 눈에 들어 대우자동차 임원으로 발탁됐다고 한다. 당시 나이는 34세. 그는 외환위기때 대우그룹이 해체된 뒤 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2002년 바이오 복제 의약품(바이오시밀러)업체인 셀트리온을 창업했다.황무지였던 인천 송도에 공장을 세운 셀트리온은 주위의 시샘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는 매각을 결정하게 된 이유로 공매도 세력을 꼽았다.그러나 서 회장이 운전대를 놓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시점은 실제 제품 개발과 승인과정, 의료계 반응 등이 ‘예고편’과 달라 과속 논란이 일고있던 때였다. 그는 10년 준비해온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의 유럽 시판 허가를 앞두고 있다.

기업가에게 과속은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결과물일 수 있다.두 파이터 모두 지금 상황이 꽤나 억울할 터다. 하얀 도화지에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그 청사진을 들고 투자자들에게 투자 자금을 유치해 공장을 짓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걸 세상이 다 잊은 것 같으니까. 윌리엄 바넷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데일리가 주최한 ’세계전략포럼 2013‘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큰 창조적인 넌컨센서스 아이디어가 성공했을 때 주류에 반기를 들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이나 서 회장이나 주류를 뒤 쫓아가진 않았다.많이 튀었다면 튀었을 뿐이다.두 사람이 애써 일군 창조경제의 토양이 일거에 무너지거나 외국계로 넘어가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강 회장에겐 빠르고 정교한 구조조정이, 서 회장에겐 결자해지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가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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