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앞날은)①국토균형발전론의 열매 `세종시`

동북아허브 도약..국토균형발전 전제조건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 해소할 돌파구
  • 등록 2009-09-22 오후 4:00:58

    수정 2009-09-22 오후 4:00:58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세종시가 정국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가 전체로 봐서 행정적 비효율이 있다"며 세종시의 궤도 수정을 시사한 게 계기가 됐다. 이는 곧 현 정부의 의지로 해석되면서 야당의 거센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세종시는 정치권의 뜨거운 공방 속에 원안 추진이냐 궤도 수정이냐는 기로에 서 있다. 세종시는 참여정부 국토균형발전의 `옥동자`였지만 MB정부에서는 지역갈등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세종시의 추진배경과 진행과정, 쟁점 및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2002년 9월30일 민주당 선대위 출정식.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날 출정식에서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가겠다"는 내용의 파격적인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을 내놓았다.
 
2009년 하반기 정국의 최대 이슈인 세종시(이하 행정도시)는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건 노무현 후보는 그해 12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된 신행정수도는 헌법재판소의 `서울=관습법` 위헌 판결로 좌초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결국 12부 4처 2청을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방향을 틀어 추진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충청 연기·공주에 행정도시를 추진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 배경① 국토균형발전의 전제 조건  
 
참여정부는 동북아 허브국가 도약을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발전으로는 국력을 결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수도권의 지역 내 총생산(GRDP) 비중은 1985년 42.0%에서 2002년 47.9%로 늘었지만 지방은 갈수록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였다. 
 
참여정부는 역대정부가 지속적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펴왔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화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를 규제위주의 정책에서 찾았다. 공장 총량제, 대학정원 규제, 과밀부담금제 도입 등의 규제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는 국토균형발전정책과 관련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 해법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제시한 것이다.
 
김안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자문위원장)는 "1960년대 이후 100개 정도의 수도권 규제와 지방발전정책이 나왔는데 모두 실패했고 효과가 없었다"면서 "할 수 없이 (신행정수도 이전) 초강력 약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 배경② 수도권 과밀화의 폐해
 
참여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의 구체적인 이유로 수도권 과밀에 따른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 문제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인구의 절반(48%) 가까운 2000만 명이 살고 있다. 
 
▲ 자료 : 참여정부 국정브리핑


수도권으로 인구 유입이 계속될 경우 2011년에는 50.2%, 2020년에는 52.3%, 2030년에는 53.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밀 정도에 있어 프랑스(18.7%), 영국(12.2%), 특히 수도이전까지 고려했던 일본(32.4%)보다도 높다.
 
또 인구 역시 수도권 전체에 고루 퍼져 사는 게 아니라 수도권의 17%에 불과한 과밀억제권역에 81.9%가 밀집해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인천·구리·고양·수원 등 16개시에 19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기형적인 구조다.
 
수도권 인구 과밀에 따른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천문학적이고 이를 행정도시 이전을 통해 낮춰야 한다는 게 참여정부의 생각이었다. 
 
참여정부는 2002년을 기준으로,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비용으로 교통혼잡비용 12조원, 대기오염개선비용 10조원, 환경개선비용 4조원 등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 배경③ 부동산값 폭등과 기업경쟁력 약화  
 
수도권 인구 과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도 행정도시 이전의 논리 중 하나다. 즉 수도권 집중화로 부동산가격이 뛰고,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져 계층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논리다.
 
참여정부가 펴낸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에 따르면 서울은 2002년 집값 상승률이 22%로 전국 평균 상승률 16.4%를 웃돌았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2005년 기준으로 각각 89.7%, 96.8%로 전국 평균(105.9%)를 밑돈다.
 
주택이 부족한 현실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될 경우 주기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행정도시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게 참여정부의 주장이었다. 
 
기업 측면에서도 수도권 과밀에 따른 부동산가격 급등과 규제는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참여정부의 설명이었다. 국민총생산(GNP)에 대한 지가 총액의 비율이 미국 0.7배, 독일 1.0배, 영국 1.3배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7배에서 5.5배 사이에 달한다.
 
수도권 지역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대기업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 공장을 지을 곳이 한정된 상태에서 땅값이 오르면 투자비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권용우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전 행정도시건설추진위원)도 "행정도시 추진은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해 지방의 자립적 발전을 시도하는 동시에 수도권은 질적 발전은 도모하자는 의미"라며 "한 마디로 수도권은 비워서 살리고, 지방은 채워서 살린다는 상생의 전략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행정도시가 이 같은 수도권 과밀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로 여겼다. 실제 참여정부는 예정대로 행정수도가 모습을 갖추면 2030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170만명 가량 줄고 교통혼잡비용만 2조800억원 가량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도권의 땅값과 집값이 1.5%, 1.0% 각각 떨어져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국내총생산액도 공사가 본격화되는 2010~2011년에 최대 0.39% 증가하는 등 전국적으로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했다.
 
참여정부는 이같은 이유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연기 공주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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