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아시아·태평양 연례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숫자가 8만67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지난 해 한국 증시가 크게 오르고 집값이 많이 오른 게 부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부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부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뀐 모양입니다. 한 시중은행이 지난달 2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부자의 기준은 재산 규모가 어느 정도가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30억원을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100억원 이상을 부자의 기준이라고 답한 비율도 10%나 됐습니다.
사실 돈이란 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돈이 돈을 낳곤 합니다. 돈 많은 사람에게는 은행의 부자고객을 상대하는 프라이빗 뱅커(PB)들이 돈 되는 상품을 소개해줍니다. 세무에서부터 상속·증여까지 자문 서비스를 해 주니까 돈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그러니 보유하고 있던 땅값이 올라가거나 주식 가격이 상승하면, 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많이 늘어났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 아닙니다. 한국 부자들의 부가 늘어났다는 것이니, 우리나라의 부가 늘어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돈은 필요한 것이고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기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1억원이면 웬만한 서울 시내 아파트는 살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1억원으로 서울 시내에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올 하반기 대졸 사원의 초임 평균은 3000만원대에 불과합니다. 연봉 3000만원으로 1억원 전셋집을 마련하려면 얼마나 돈을 모아야 할까요.
부자들의 부가 늘어나는 속도와 함께 서민들의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 한, 부자아빠와 부자엄마를 제외한 이들의 자녀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부의 압박에 시달릴 겁니다. 이제부터라도 오늘 부의 상승이 미래 세대의 빚이 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