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골프 악연으로 결국 낙마

  • 등록 2006-03-14 오후 6:20:13

    수정 2006-03-14 오후 6:20:13

[노컷뉴스 제공] 실세총리, 잠재적 대선후보군 중 하나로 꼽히던 이해찬 총리가 골프파문으로 낙마하게 됐다.

이 총리는 지난 1일 철도노조 파업 첫날 부산의 한 골프장에서 부산의 기업인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국민불편과 물류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 총괄책임을 지고 있는 총리가 한가롭게 골프를 쳤다는 소식에 비판이 쏟아졌다.

더구나 이 총리와 골프를 친 기업인들이 부적절한 기업인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은 지난 2001년 코스닥 주가를 조작해 소액 주주에게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밀가루 가격 담합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까지 했다.

또 K회장과 P회장 등은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돼 각각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었다.

이 총리는 결국 철도노조 파업도중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인 등과 골프모임을 가진 데 따른 여론 악화로 사실상 사의를 표명하게 된다.

이 총리는 지난 5일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친 후에 노 대통령께 말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뒤 판단하도록 하자”며 결정을 유보했다.

이후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 이 총리에 대한 유임가능성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유임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총리가 내기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이 총리와 같은 조에서 라운딩을 한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은 “40만원을 상금으로 걸고 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골프장측이 이 총리의 비용을 대준데다 접대성 골프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또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이 이 총리를 상대로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언론에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고 야당의 퇴진요구도 갈수록 거세졌다.

특히 이기우 교육부 차관과 참석자들의 해명이 속속 거짓말로 밝혀진 부분도 이 총리를 크게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우 차관은 내기골프를 한 적이 없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류회장이 골프모임에 오지 않았다고 말해 파문을 더 확대시켰다.

이에따라 결국 이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날 사의표명을 하게 됐다.

이 총리는 계속되는 골프악연으로 1년 8개월여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 총리는 지난해 식목일 대형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바 있고 지난해 7월 남부지방 집중 호우때도 라운딩을 즐겨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총리실 주변에서는 이 총리가 그동안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업무조정능력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일하는 총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제와 사회, 외교안보에 이르기까지 국정현안을 하나하나 챙겨왔다.

특히 총리 취임후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국무회의 등 각종 주요 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며 분권형 국정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총리는 최근 한 달에 주재하는 회의가 100여차례나 되고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기분”이라고 말해 하루하루 바쁜 일정을 소화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직선적 성격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총리는 2004년 10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를 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원을 받은 정당 아니냐"며 `차떼기당 발언'을 해 국회 공전사태를 야기했다.

또 지난해 "현직 시.도지사 중에는 대통령 감이 없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나보다) 한참 아래" 등의 논란성 발언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이 총리는 고 건 전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4년 6월30일 참여정부 두번째 총리자리에 올랐다.

이 총리는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중이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 1980년 소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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