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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템플턴의 지주사인 프랭클린리소시즈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랭클린리소시즈는 한국 금융회사에 투자하는 외국인 큰 손이다. 현재 KB금융(4.80%)과 하나금융(4.42%)의 3대 주주다.
프랭클린리소시즈측은 “하나금융이 지난 7월 중간 배당을 실시했고, 신한금융은 한국 은행 중 처음으로 분기별 배당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회사의 배당 정책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았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분기배당을 실행하겠다는 뜻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하고 정관 변경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의 정관 제59조 2항에 따르면 중간배당은 1년에 한 차례 할 수 있는데 이를 변경해 분기별로 1년 최대 네 차례까지 배당을 하겠다는 뜻이다. 신한금융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수정된 정관을 상정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분기배당을 추진하는 건 신한금융이 처음이다.
물론 신한금융측은 분기 배당을 정관에 넣는다고 해서 곧바로 분기 배당을 실시하거나 배당금을 당장 늘리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앞서 지난 4월과 7월 금융당국은 코로나발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은행들이 자본을 넉넉히 쌓는데 집중하고 배당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프랭클린리소시스를 비롯해 외국인 주주들이 신한금융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기 배당 자체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분기배당을 실시하면 주주로선 배당금 지급을 통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장사가 분기마다 배당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기업 유동성이 좋다는 걸 증명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 분기배당을 하던 두산은 대규모 적자로 어려움을 겪자 올해 5월 분기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분기배당을 넘어 월 배당까지 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POSCO, 쌍용양회공업, 한온시스템 등 극히 일부 회사만 분기배당을 하고 있다. KB금융 역시 분기배당을 정관60조에 마련해 놓았지만 설립 이래 결산배당만 해왔다.
연말로 갈수록 커지는 배당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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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당국이 금융사의 배당을 통제해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2011년 당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나서자, 당시 권혁세 금감원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공개경고를 하며 이를 말리기도 했다.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주사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70%에 달하는 만큼 국민들에게 대출하고 받은 이자를 외국인에게 퍼준다는 비판도 무시하지 못할 부담이다. 이에 배당성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금융지주들의 움직임은 감독당국과의 마찰로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올해 금융지주들의 성적표가 예상보다 좋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번 3분기 4대 금융지주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1201억원이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지난해 3분기(4조1049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은행 수익을 구성하는 순예대마진(NIM)이 저금리로 인해 줄어든다고 해도 ‘영끌’, ‘빚투’로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 실적은 좋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주가의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6% 오르는 동안 신한금융은 33%나 주가가 빠졌고 우리금융(-26.4%), 하나금융(-18.3%), KB금융(-15.1%) 모두 부진하다. 주가를 견인하는 동시에 주주들을 달랠만한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조한 상황에서 배당이 줄거나 위축된다면 주주들이 돌아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면서 “ 시장이 금융회사를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위기감도 함께 이해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