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 1단지에서 만난 D중개업소의 한 공인중개사는 “단속 때문에 이 지역 중개업소들이 지난 주까지 휴업했었는데 며칠 전부터 하나둘씩 문을 여는 분위기”라며 “개포시영아파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고 개포주공1단지도 곧 조합원 총회가 곧 열리는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속도를 내고 있어 투자자들 문의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대출 강화 시행 1주일… 강남 재건축아파트값 호가 강세
6·19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지난 3일부터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부동산 이상 과열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맷값은 요지부동이다. 대출 규제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대폭 늘어났지만 단속에 대한 경계감이 해소되고 미뤘던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일부 단지는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오는 27일 관리처분계획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앞둔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0㎡ 조합원 물량은 지난달 단속 전후로 12억 9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13억 3000만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전용 42㎡ 역시 6월 초보다 1000만원 가량 올라 11억 800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서초구 반포 지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포동의 A공인 대표는 “이전에는 신반포 한신 15차 전용 148.76㎡를 매입하려면 약 15억원 정도 대출이 나와 7억~8억원 정도 있으면 투자할 수 있었지만 이제 대출 최대 한도가 12억원으로 줄었다”며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해졌지만 워낙 매물 자체가 적어 가격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송파구 잠실 5단지 역시 오는 19일 예정된 심의에서 재건축계획 정비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 문의도 늘고 호가도 6월 초보다 1000만원 정도 오른 상황이다.
규제 피한 분양권 시장 쏠림… 청약시장은 ‘눈치 보기’
전매 제한 규제를 피한 분양권 시장은 오히려 몸값이 높아졌다. 지난 4월 전매 제한이 풀린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 2단지 재건축 단지) 전용 59㎡ 분양권 프리미엄은 지난달 초 8000만원 안팎이었던 것이 이달 들어 1억원 안팎으로 2000만원 이상 올랐다.
6월 19일 이전에 분양됐던 단지라도 분양권 거래가 7월 3일 이후 이뤄지면 잔금대출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10%포인트씩 줄어 60%, 70%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앞으로 거래할 수 있는 분양권 자체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를 신경 쓰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 현장 분위기다. 고덕동 B공인 관계자는 “집단대출 전환은 2년 후에나 돌아오지 않느냐”며 “입주 전에 오른 가격으로 팔면 되는 만큼 매수자들도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신길동 R공인 관계자도 “신규 분양을 기다리던 수요자들까지 기존 분양권으로 눈을 돌리다 보니 지금 매물 자체가 한 건도 없다”며 “가장 최근에 거래된 전용 84㎡형 분양권에는 웃돈이 8200만원까지 붙어 거래됐는데 매수 대기자가 워낙 많아 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청약시장은 눈치 보기 장세에 돌입한 분위기다. 7월 첫째 주 전국에서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선 곳은 5곳으로 대출 규제 시행 직전 주인 6월 마지막 주(15개 단지·1만 1799가구)에 비해 대거 줄었다. 이마저도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들로 서울에서 모델하우스를 연 단지는 전무하다. 이번 주 역시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서는 단지는 전국 3곳으로 강원도 원주, 전북 부안군 등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들이다.
전문가들은 6·19 대책 이후 잔금대출에 대한 금융 규제가 기존 분양권 쏠림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는 “잔금대출에 대한 대출 규제는 당장의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매수세를 막는 효과가 약하다”며 “앞으로 분양권 전매 제한이 강화된 만큼 인기지역 단지의 쏠림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