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에도 증시 무덤덤..'해묵은 악재'

  • 등록 2013-02-12 오후 2:51:21

    수정 2013-02-12 오후 3:12:56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소식에도 국내 주식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 도발에 내성이 생길대로 생긴데다, 그동안 북한 리스크가 단기 악재에 그쳤다는 경험상 대형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주변국들의 강경 대응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증시에는 단기 이슈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높다.

12일 오후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 북한에서 인공지진이 감지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 함북 길주군 핵실험장 인근서 포착된 만큼 국방부는 북한이 핵실험에 나섰을 가능성을 타진하며 경계수위를 높였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코스피지수는 3포인트 가량 하락하며 움찔했지만 이내 낙폭을 회복했다. 이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군 당국의 판단이 나온 후에도 주식시장은 소폭 하락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국거래소가 발빠르게 오후 1시30분 비상 점검회의를 연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오후 2시44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대비 4.88포인트(0.25%) 하락한 1946.10을 기록중이다.

심지어 한 포탈 사이트에서는 북한 핵실험 보다는 한 화장품 업체의 2월 50% 세일 행사가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 핵실험은 실시간 검색어 3위에 그친 반면 1위에 화장품 브랜드가 올라 있는 등 화장품 세일에도 밀린 양상이다.

대북 리스크 부각 전후 ±5일간 주가 흐름(자료=우리투자증권)
그동안 북한 핵실험에 대해 주식시장의 우려는 컸다.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주식시장의 흐름은 잠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내 증시에 부담스러운 재료임에는 분명하지만, 핵실험 가능성이 미리 알려진 재료였던 만큼 상대적으로 반응이 약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9년 5월 핵실험 보도가 나온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코스피는 6.3%나 급락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시장은 매우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충분히 예견됐다는 점이 차이”라면서 “또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발목을 오래 잡았던 사례가 없었던 만큼,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리스크는 일회성 요인이 많았다”면서 “예견된 핵실험이었다는 점에서 변동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는 오는 14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히려 14일에 있을 금통위 결정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만약 기준금리가 동결된다면 우리나라 시장과 글로벌시장간 디커플링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달리 핵실험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클 수도 있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민감해하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신용 등급의 하향 조정을 저울질할 수도 있어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일단 주변국들의 반응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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