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론스타 수사, 국익을 생각하라

  • 등록 2006-11-06 오후 7:00:52

    수정 2006-11-06 오후 7:00:52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론스타 수사가 엉뚱한 곳에서 열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뒤 양 기관의 감정대립이 점입가경입니다. 론스타 수사는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국가 이익과도 직결된 중대 사안입니다. 국제부 김국헌 기자는 이번 수사가 사법 주체간 이기주의와 감정싸움이 아니라 국익을 우선시 하는 자세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론스타는 이 펀드의 본사가 있는 미국 텍사스주의 별칭이라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주는 론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로 불리는데, 삼색 줄무늬 바탕에 별 1개가 외롭게 그려져 있는 깃발을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생소했던 미국의 사모펀드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부실채권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 막대한 이익을 남겼고 이를 통해 금융기관과 기업, 대형 부동산을 잇따라 사들여 한국인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국에서의 영업이 땅짚고 헤엄치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발빠르고 교묘한 외국 투기자본의 전형이라는 인식도 많았습니다. 외국인 투자와 관련, `먹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주요 사례로 등장하는 단골이었죠. 막대한 차익을 올리면서도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세금그물은 교묘히 피해가는 얄미운 수법이 배경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미운털이 박혔던 론스타가 한국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분개할 주가조작에 연루 건입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유동성 지원을 막고 감자를 주도한 뒤,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것이죠.
 
검찰은 본사 경영진인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을 상대로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머징마켓의 사법당국이 외국 펀드의 본사 경영진을 상대로 인신구속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입니다. 론스타로서는 아연 긴장할 만한 강도높은 수사 의지를 내비친 셈이죠.

론스타는 즉각 격앙된 어조로 반발했습니다. `어떠한 증거도 없는 막연한 음모`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까지 가세했다는 주장이었죠. 외국 자본의 전가의 보도도 꺼내들었습니다. 외국자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감이 수사에 개입됐고, 이같은 태도는 한국이 갈망해 마지않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외신들도 론스타의 편에 서서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동안 외국 언론들은 해외자본 규제 움직임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외국 언론들은 이번에도 표적수사와 `반 외자정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검찰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론스타는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법 체계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도 영장을 기각한 마당에 차제에 수사를 종결짓자는 대담한 희망도 피력했습니다.

불똥은 엉뚱한 곳에서 튀었습니다. 칼을 빼들었던 검찰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영장 재청구로 법원에 칼날을 겨눴습니다. 검찰측은 영장이 기각되자 "누구를 위해서"나며 분을 삭이지 못했고 코미디, 인분, 치욕 등 원색적인 단어들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영장 기각에 대해 "발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기각"했다던 법원도 공개적인 반박에 나섰습니다. 검찰의 수사를 사실이 아니라 이미지에 근거했다며, 검찰이 미국의 사모펀드에 대한 국익을 강조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검찰과 법원의 초강경 대립에는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검찰이 지난 8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구속하고, 이용훈 대법원장이 잇따른 발언으로 검찰을 비하하면서 쌓인 앙금이 배경이라는 것이죠.

원인이 무엇이건 금도를 넘어선 두 기관의 대립은 무척 위험해 보입니다. 론스타 사건은 국내 못잖게 외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주가조작을 비롯해 편법과 불법을 통한 자본이득을 차단하고, 투기적 행태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려 시장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한국의 시법당국이 확실한 팩트와 엄정한 법적용을 통해 진실을 규명, 앞으로 `반(反) 외국자본 정서와 정치적 동기를 앞세운 수사` 운운 하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할 시금석이기도 합니다.
 
검찰과 법원의 갈등으로 이번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외국인들은 한국 사정당국이나 감독당국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외국자본 조사를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것입니다. 외국 언론들도 불신과 불만이 가득찬 논조로 한국을 대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여전히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고,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유치가 절실한 우리에게 이같은 편견으로 인한 손실은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론스타 사건은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부터 검찰의 표적수사 의혹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많습니다. 수사에 협조를 구해야 할 정부 부처와 감독당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벌이는 힘겨운 싸움입니다. 그만큼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팩트`에 근거한 수사와 사법정의에 의한 판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과 법원의 감정대립은 사안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걸림돌입니다. 한국의 사법당국이 공정하고 신중한 사건 처리 과정을 보여줘야 할 때에 검찰과 법원이 감정 싸움을 벌이면서 론스타 수사는 이미 길을 잃고 있습니다.
 
이 상태라면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누구를 위해서" 수사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과 법원의 대립이 계속된다면 진실을 규명해 시장질서를 확립할 수 없고, 법적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동기와 반 외자정서 때문에 수사를 한다는 외국인들의 편견도 극복해낼 수 없습니다.

론스타 수사가 사법 주체간 이기주의와 감정싸움이 아니라 국익을 위한 새로운 사법정의의 계기가 돼야 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에게 치러야 했던 값비싼 수업료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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