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일본, 위기설 "모락모락"

  • 등록 2002-01-16 오후 5:59:47

    수정 2002-01-16 오후 5:59:47

[edaily] 일본 금융시스템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것이 "3월 대란설"입니다. 4월부터 예금 전액보장제도가 폐지되기 때문에 이를 앞두고 은행권에서의 예금인출이 잇따를 것이란 얘기입니다. 일본의 금융상품이 팔리는 상품이었던 것은 안정성 때문이었는데 예금에 대해 보장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대란이 일어날 법도 합니다. 국제팀 홍정민 기자가 전합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웹사이트를 보니 한가지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습니다. 일본의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표시자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3월말에 일본발 세계금융위기가 일어날 수있다는 우려감이 잔잔히 깔려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흐름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일본인의 외화표시자산(외화예금, 외국주식, 채권등)규모는 일년전에 비해 29.2% 증가한 10조5800억엔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입니다. 일본 국내의 초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개인들은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에 따라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의욕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신문은 특히 개인자금을 해외로 가지고 가서 운용하고 싶어하는 수요로 인해 최근의 엔화 약세가 더욱 가속화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은행 예금금리는 현재 1년짜리 정기예금의 경우 0.0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달러화로 예금하는 경우 0.5%, 유로화로 예금하는 경우 1.5% 정도의 금리를 받을 수있습니다. 다른 조건이 똑같다면 당연히 외화예금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일본은행이 제로금리정책을 도입한 직후인 99년 2분기부터 개인의 외화표시자산이 급증세를 보였으며 99년 2분기부터 2001년 3분기말까지 84.2%가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본 은행들로 대부분의 예금이 몰리는 것은 안정성 때문입니다.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매우 낮다는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은 얼마든지 찾을 수있지만 일본정부를 믿기에 국채수익률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시장에 소화될 수 있었습니다. 4월부터 시행될 예금 전액보장제도의 폐지는 이같은 안정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믿음에 훼손을 가할 것이 뻔해 보입니다. 물론 일본 정부가 우려되는 사태에 대해 충분한 장치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도의 내용만을 놓고 보면 "합리적인 경제주체"라면 일본의 은행에서 보장되는 금액만큼만 남겨놓고 돈을 빼 외국계 은행에 맡기는 것도 생각해 볼 수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처럼 예금인출을 위한 장사진이 도쿄 오사카 시내에서 일어난다면 그것은 참으로 흉흉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평생 망하지 않을 것이라던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부실채권으로 익히 알려진 대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만 연명할 수있는 은행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다시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S&P는 은행들이 자본잠식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들이 파산하게 되면 금융시스템이 한층 삐거덕거리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예금인출이 이어지게 되면 대기업들도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며 금융기관들은 인출 요구에 대해 투자했던 상품을 되팔아 돈을 내줘야만 합니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미 국채시장의 큰 손이었기 때문에 미 국채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있습니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면 영향을 받게 될 곳이 미 국채시장만은 아니겠지요. 일본 금융감독청은 15조엔의 위기대응기금이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면서 악성루머의 차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화표시자산의 증가가 보여주는 것처럼 일본인들의 상실감과 불신을 차단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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