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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유한양행은 총 300억원을 투자해 신약개발사 프로젠의 지분 38.9%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절차 마무리 예상 시점은 5월 초다. 유한양행은 프로젠 최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다.
프로젠의 핵심 역량은 다중표적항체 기반 플랫폼 기술이다. 이중항체는 질병을 유발하는 인자 한 개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닌 두 개의 인자에 동시 작용하는 항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항체는 하나의 타깃 항원에만 작용하지만 이중항체는 서로 다른 타깃에 작용해 효능 측면에서 단일항체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항체 항암제의 경우 한쪽은 암세포와, 다른 쪽은 면역세포와 결합하도록 구성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동시에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이중항체 시장은 2021년 40억달러(약 5조원)에서 2027년 190억달러(약 24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은 600개가 넘는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바이오 대표주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뿐 아니라 앱클론, 파멥신, 샤프론, 에이비엘바이오, 종근당, 한독 등이 이중항체 의약품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프로젠은 다중 표적 항체 플랫폼 기술 ‘NTIG’(Neo Tri-ImmunoGlobulin)를 바탕으로 당뇨 동반 비만 ‘PG-12’, 이식편대숙주 질환 및 자가면역 질환 ‘PG-405’, 염증성 장 질환(IBD) ‘PG-101’, 면역항암(PG-207) 등 치료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NTIG는 2개 이상의 치료 약물을 하나의 분자로 융합한 것으로 각각 따로 병용투여한 것에 비해 높은 시너지가 기대된다. 표적화가 가능해 부작용도 줄일수 있다. 여기에 투여 약물의 투여량을 낮출수 있어 생산 단가의 절감에 따른 가격 경쟁력도 갖는다. 이밖에 체내 지속력이 높아 투여횟수 측면에서 환자들에게도 편의성을 높인다.
유한양행은 현재 13개의 항암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이들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지만 개발 초기부터 프로젠의 NTIG가 적용된다면 경쟁력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자회사 이뮨온시아와의 시너시도 기대된다.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이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와 51%, 49% 지분율로 합작해 설립한 면역항암제 전문 신약개발사다.
실제로 이뮨온시아는 올해 2월 프로젠과 NTIG 플랫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이뮨온시아는 자체 개발한 항체에 프로젠의 NTIG 기술을 접목해 개발할 수 있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뮨온시아는 보유한 PD-L1 타깃 ‘IMC-001’를 비롯해 CD47 면역항암 후보물질 ‘IMC-002’ 등에 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 이뮨온시아, 프로젠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 외 합쳐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뮨온시아와 프로젠은 항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상호 보완·협력이 기대되는 만큼 최대주주인 유한양행은 ‘합병’이라는 카드를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합병이 이뤄진다면 시점은 이뮨온시아 IPO(기업공개)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기업 모두 아직까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비교적 의사결정이 쉽고 빠르게 이뤄질수 있다.
이뮨온시아는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며 기술성평가를 진행했는데, A와 BBB 이상의 등급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상장이 미뤄진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젠의 다중항체 플랫폼 기술과 파이프라인이 더해진다면 기술성평가 통과도 보다 쉽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뮨온시아와 프로젠이 합병하는 경우 유한양행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NTIG 플랫폼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이뮨온시아가 유한양행과 함께 준비 중인 새로운 이중특이성(bi-specific) 항체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유한양행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프로젠 지분 인수가 5월 마무리 될 예정인 만큼 아직 합병 가능성에 대해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