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달의 세상보기]미시적 대응 필요한 가계부채 문제

  • 등록 2012-09-12 오후 4:17:26

    수정 2012-09-12 오후 4:17:26

[김홍달 우리금융지주 전무]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큰 불안요인으로 대두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는 물론 국외의 경제전문가들도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무디스도 신용등급의 추가 상향조건으로 공기업과 가계부채가 정부의 채무로 전이될 가능성이 작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결국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위험요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런저런 대책도 나왔지만 부채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데다 속 시원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서민경제를 파탄시키는 사회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물론 정치권, 학계, 금융권 등에서 다양한 해결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정자금의 투입이나 원금 탕감 등 시장질서를 왜곡시키는 방안들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또한 언론에서는 위기상황에 내몰린 일부 채무자들의 사례를 들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하루가 멀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에 어떤 경로로 어떤 영향을 주기에 이처럼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가계부채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켜 금융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전염되는 소위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들 수 있다. 2011년 6월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에서 가계부채의 증가를 억제하고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로의 전환을 유도한 것 등이 이러한 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가계부채의 연체율이나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여력,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다음으로는 가계부채가 차주들의 실질소득과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경기침체가 다시 차주의 소득을 감소시켜 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실물부문의 충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다. 실제 최근 들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일부 중산층마저도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등 가계부채의 충격이 현실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정치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계부채 해결 방안이 한계 차주들을 대상으로 한 미시적인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시스템 위기로의 전이 가능성보다는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과 침체의 악순환이라는 거시적 문제와 서민경제의 붕괴라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불안을 염두에 둔 총량 위주의 거시대책보다는 차주의 상황에 맞는 미시적인 맞춤형 대책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바꿔드림론과 같은 서민금융지원 대상이 아니면서 경기침체와 부동산경기 회복지연 등으로 부채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계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우스 푸어형 또는 렌트 푸어형 채무자, 2·3금융권 다중채무자, 부채 과다 생계형 자영업자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끝으로 당연한 얘기이지만 미시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수립, 시행하는 데 있어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손실분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며 무분별한 재정자금의 투입과 같은 포퓰리즘적 대책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차주가 국가, 기업, 가계 누구이든 부채는 돈을 빌린 당사자가 상환해야 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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