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주택, 땅 조성부터 민간자금 끌어들인다

건설업계 "보상갈등 장기화 큰 문제"사업참여 시큰둥
수자원공사,철도공사 등 7개 공공기관 시행자 추가
  • 등록 2012-05-23 오후 4:25:54

    수정 2012-05-24 오전 1:39:31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4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개발을 위해 민간과 공공이 공동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LH의 재정난으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자 민간 자본을 사업 초기단계부터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참여 보금자리주택사업 시행지침’을 행정 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새로운 지침의 핵심은 보금자리주택 택지조성 시점에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면 땅을 우선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종전에는 사업 시행을 맡은 공공기관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민보상을 마친 뒤 주택용지로 땅을 조성하고 나서 그 중 일부를 민영주택 용지로 분류해 추첨을 통해 민간 건설업체 등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방안에 따르면 공공기관 민간업체가 공동출자한 법인(SPC)이 택지조성을 한다. 이때 민간은 해당 SPC 법인에 최대 49%까지 지분투자를 할 수 있고, 참여 지분 내에서 민영주택 용지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다. 예전에는 용지를 조성한 후에 민간에 넘기는 후분양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보금자리용 토지를 조성 단계 이전에 선분양하는 것으로 바뀌는 셈이다.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보금자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인만큼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률도 서로 나누는 구조다. 단, 정부는 민간 참여로 보금자리 분양가가 인상되지 않도록 조성원가 심의위원회와 분양가 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정부는 당장 다음 달 안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대상지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사업지 선정이 끝나면 하반기 중으로 공모를 거쳐 민간사업자를 모집한다.

일단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보금자리지구를 대상으로 사업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LH 재정난으로 답보 상태에 빠진 광명·시흥지구가 사업 대상지로 우선 거론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방침에도 정작 건설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집값 하락 지속으로 보금자리주택 메리트가 줄어든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정부의 계획대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택지조성 시 보상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지구 보금자리 사업장은 대부분 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보상문제를 둘러싼 주민과의 갈등으로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실제 경기 남양주 진전지구의 경우 보상 문제로 본청약 일정을 1년 연기했다. 그러나 보상 착수도 들어가지 못해 현재 본청약 일정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주택시장 침체로 보금자리주택의 메리트가 상당 부분 사라져 민간이 참여할 유인도 별로 없는 상태다.

아울러 정부는 보금자리 사업 시행자로 기존 LH, 지자체 등 외에도 수자원공사 등 7개 기관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제주개발센터, 대한주택보증, 농어촌공사, 공무원연금공단 등 7개 공공기관도 보금자리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이 역시 LH의 자금난을 덜기 위한 대책이다.

7개 기관은 유휴용지에 직접 보금자리주택을 지어 주택사업을 할 수 있다. 가령 수자원공사는 친수구역 개발지에 보금자리를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당장 이들 기관이 보금자리주택을 짓기란 어려워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LH가 재정부족으로 보금자리를 많이 짓지 못해 여러 공공기관을 넣은 것”이라며 “기관은 사업성 검토 후 주택사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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