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전효숙 신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중 파행을 맞았다. 임명 절차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전 후보자는 지난 8월 16일 소장으로 지명되었고, 25일 재판관직을 사퇴했다. 헌법재판관으로 3년 임기를 지낸 전 후보자는 새롭게 부여되는 6년의 헌재소장 임기와의 충돌을 없애기 위해 재판관직을 중도 사퇴했다.
포문은 조순형 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조 의원은 '헌재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헌법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규정을 들어, "재판관이 아닌 상태에서 소장 지명이 유효한 것인가"라며 "비유하자면, 국회의장이 되고 나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따졌다.
이에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1987년 헌법을 개정하고 헌법재판소를 구성하게 되는데, 그 때는 헌법재판관이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 어떻게 소장을 임명할 수 있었겠냐"라고 반문한 뒤 "소장을 임명하는 것 속에는 재판관의 임명까지 포함되어 있다"며 "대는 소를 포함한다"고 맞섰다.
한나라당도 처음에는 편법이긴 하지만 관행을 들어 위법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김정훈 의원은 "전직 헌재소장들의 임명 경위를 보면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과 소장 임명일자가 같다"며 "편법임에는 틀림없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통령 코드냐" vs "시대 코드냐"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을 사퇴하지 않고 임명 받았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소장은 동시에 재판관의 지위를 당연히 갖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순형 의원은 "충격적 답변"이라며 "노 대통령과 사전조율에 의해 사퇴했다는 것 아니냐, 이번 헌재의 구성을 보면 노 대통령의 의도에 의해 편법적으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지명자 간, 자연스런 실무협의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런 뒤, 오전 청문회에서 임명절차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후 질의는 전 지명자의 '코드인사' 논란으로 채워졌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과 사시동기이며 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판결에서 유일하게 각하 의견을 낸 점 등을 들어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았고, 열린우리당은 최초의 여성 소장이라는 점,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놓는 등 소수자 보호와 개혁 성향인 점을 들어 '시대적 코드'에 맞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헌법 위반" vs "정치공세"
하지만 오후 속개된 청문회는 4시께 정회되었다. 임명절차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
한나라당 간사를 맞고 있는 엄호성 의원은 "대한민국의 입법 역사에 어떤 오점을 남길 수 있다"며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지명을 먼저하고, 법사위에서 재판관 청문회을 거친 후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청문회를 거치는 것이 순리"라고 정회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청문회를 두 번 거쳐야 한다는 논리다. 헌법재판관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해당 상임위의 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신임 재판관들에 대해선 국회 법사위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4부 요인'에 꼽히는 헌재소장은 그 지위가 높기 때문에 특위를 별도로 구성해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게 된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재판관이 아닌 소장 후보에 대해 특위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라며 "전 지명자가 중간에 사표를 내는 바람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의원은 또 "재판관 겸 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요청하는 것이 맞다"고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지나친 형식논리"라며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헌재소장 인사청문 절차에는 당연히 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포함된다는 논리다.
최재천 의원은 윤용철, 김용준 등 전직 헌재 소장들의 임명동의안 절차를 들어 "그 때도 하지 않은 걸 이제 와서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또한 문제가 있다면 특위를 거부했어야 맞다, 이제 와서 이러는 것은 자기 부정 행위"라고 맞섰다.
한편 전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파행으로 법사위에서 진행되고 있던 김희옥 헌재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정회 소동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