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증시가 큰 폭 상승하며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증시들이 일제히 상승하며 주식투자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했지요. 세계 증시의 전문가들도 올해는 지긋지긋한 약세장을 끝내는 해가 될 것이라는 희망찬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직 두렵기만 하지요. 언제 전쟁이 터질지,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알 수 없으니까요. 국제부 강종구기자가 현재 주식값이 싼지 비싼지 한번 짚어봤습니다.
미국의 투자전문지인 배런스 같은 경우 "드디어 해가 뜬다"라는 제목을 써가며 주식뮤추얼펀드가 올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펀드평가회사인 모닝스타도 "어떤 해에 돈이 가장 많이 몰린 펀드는 그 다음해에 꼭 수익률이 나쁘더라"며 주식뮤추얼펀드의 회생(?)을 점치기도 하더군요. 작년에 펀드업계에서 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국채펀드였죠. 물론 가장 많이 빠진 곳은 주식펀드였구요.
그러나 제가 감히 "이제는 강세장이니 주식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럴 입장도 아니고 논리도 부족하지요. 저는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다른 투자대안과 한번쯤 비교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온갖 사건이 발생하는 주식시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버텨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 국제부 기자이니만큼 미국 증시를 토대로 얘기를 풀어가 볼까 합니다.
우선 단기금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미국의 단기금리는 거의 사상 최저치 수준이죠. 단기자금이 몰려있다는 머니마켓펀드(MMF)는 1975년경 시작됐다고 하더군요. 현재 MMF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입니다. 1%를 채우기도 힘든 상황이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는 1.25%입니다. 1948년 이래 최저수준이라고 합니다. 또 미국인들은 지난해에 4570억달러를 은행예금에 맡겼고 머니마켓계정에도 1740억달러를 털어넣었다고 합니다. 수익률은 1~2%가 겨우 될까 말까 합니다. 역사적인 물가상승률도 되지 않습니다.
주식의 배당수익률을 한번 볼까요. 미국의 배당수익률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MMF수익률보다는 높은 편입니다. 또 미국 정부는 배당소득에 대한 감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MMF보다 35% 가량 높다고 합니다.
채권수익률과도 비교를 해봐야 겠죠. 미국의 초우량기업 주식들은 역사적으로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서 거래됩니다. 과거 10년간의 통계를 보면 블루칩들의 이익수익률(PER의 역수를 말합니다)은 5년물 국채보다 25% 정도 높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5년물 국채에 비해 25% 가량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지요.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싸다는 의미입니다. 주식매수의 호기로 작용했던 1993년 이후 처음이지요.
다음은 역사적인 주가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는 항상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평균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잇따랐지요. PER가 높으면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얘기로 통합니다. 그러나 PER는 이자율을 고려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자율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주가)로 환산하는 기준이거든요. 이자율이 낮으면 적정주가는 높아지게 되고 당연히 PER도 높아야 맞습니다.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니 PER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 하겠지요. 그러나 현재 S&P500기업의 PER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20% 정도 높은 데 불과합니다.
주가 수준을 논하는데 기업실적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기업의 경영환경은 거시적인 변수들만 보면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플레이션률은 낮은 수준이고요, 금리는 사상 최저치수준입니다. 또 생산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과거 10년 동안 연 3.6%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다우존스지수에 편입된 30개 기업의 순이익은 매년 10% 이상 늘었죠. 이는 물론 2001년과 지난해의 기록을 포함한 통계입니다.
반면 다우지수는 기업의 실적에 비해 그 상승속도가 20% 정도 늦고 있습니다. 실적증가에 비해 주가는 별로 오르지 못한 셈이지요. 실적이 주가의 바탕인 점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주가가 실적을 따라잡을 날이 온다고 봐도 과히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주식에 투자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올해가 시작되자 마자 경기부양책이라는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세금감면으로 소비를 늘리는 것이 골자지요. FRB가 2001년 이후 12차례나 금리를 내린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구요. 미국의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모두 경제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주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이지요. 당장 미국과 이라크사이의 전쟁이 크게 확대되면 주가는 폭락하겠지요. 또 미국이나 세계경제나 살아나기는 커녕 다시 침체에 빠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상황이나 다른 투자대안들과 비교했을 때 주식가격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