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오상용기자] 정부가 26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4개분야에 걸쳐 대책을 발표했다. 다음달에도 해운·물류·관광 등 주요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에 대비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DJ정권 임기를 석달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의료·법률 등 민감한 분야에 대한 논의는 아예 제외될 전망이고,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큰 골프장과 스키장 등 레저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방안은 부처간 이견으로 합의도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왜 추진하게 됐나 = 정부 전 부처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한편, DDA협상에서 서비스분야 개방에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지난해 하반기 세제·금융 등 총 11개 분야에 걸쳐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올 들어서도 정부는 두차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말까지 범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4개분야에 대한 대책은 부처간 우선협의에 도달한 내용들. 해운과 물류, 관광, 에너지 등 여타 주요분야에 대해선 부처간 협의와 여론수렴이 마무리되는 대로 다음달까지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4개분야 대책 뭘 담았나 = 정부가 이날 마련한 서비스산업 4개분야 경쟁력 강화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노동부는 산재발생 비율이 낮은 서비스업에 대해선 산재보험료율을 낮춰 업체별로 최고 50%까지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서비스시장 개방에 대비해 내년부터 선물거래사, 경영컨설턴트 등 지식기반서비스직종의 전문인력 1만명을 육성키로 했다.
산자부는 디자인 전문회사를 벤처기업 지정대상에 포함되도록 하고, 외국인이 투자한 디자인 전문회사에 대해 조세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놨다. 농림부는 농업생명공학(BT) 선진국 진입을 위해 `바이오그린 21` 사업에 연구역량을 결집키로 하고 동물체세포 복제, 유전체 분석 등 비교우위 분야를 선택해 집중투자하기로 했다.
◇법률·의료 등 민감한 분야 거론안키로 = 그러나 DDA협상에 대비하고 서비스업종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는 상당부분 퇴색하고 있다.
우선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법률과 의료시장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아예 논의조차 않을 방침. DDA 서비스분야 개방에서 가장 핵심이 될 분야이지만 관련 단체의 반발이 거센데다, 정권말 쓸데없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의료계와 법조계의 힘이 막강해 섣불리 접근하기 힘들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DDA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마당에 정부가 나서서 미리 옷을 벗을 필요가 있느냐는 게 관련단체의 입장이라고 정부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이 분야에 대한 논의는 DDA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뤄져야 할 것 같다"며 "지금 당장 경쟁력 강화방안이나 구조조정 방안 등을 만드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골프·스키장 레저산업 부처간 이견으로 난항 =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높은 스포츠·레저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도 부처간 이견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는 실정.
재경부 정은보 조정2과 과장은 "골프장 면적규제 및 골프장내 숙박시설에 대한 오염기준치를 완화하려고 해도 환경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관광부의 시·도단위 행정고시에 따르면 골프장 면적은 임야면적의 5%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시·군·구의 행정지침에는 상한선이 3%로 명시돼 상·하위 규정이 다르다. 정 과장은 "문광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를 고칠려 해도 환경부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스키장에 대한 규제완화도 같은 맥락에서 지지부진이다. 스키장업자들이 `스키장 전체 임야가 경사면(슬로프)의 4배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환경부에선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결국 임기말임을 감안하면 논란이 적고 손쉬운 대책들만 채택될 것"이라면서 "당초 검토했던 방안 가운데 많은 부분들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기말 되풀이되는 정부 정책의 난맥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