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퇴출의 계절을 맞는 단상

  • 등록 2002-01-23 오후 5:54:39

    수정 2002-01-23 오후 5:54:39

[edaily] 정현준 게이트 이후 부도→퇴출유예→조건부 등록유지→퇴출 유보 등 1년 이상 살얼음판을 걸으며 코스닥등록을 유지했던 한국디지탈라인(KDL)이 결국 퇴출과정을 밟게 됐습니다. KDL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계속된 주의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반투자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증권산업부 김기성 기자가 퇴출의 계절을 맞은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교과서적 투자의 중요성을 한번 되돌아봤습니다. 23일 오전 10시 무렵. "코스닥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했던 증권업협회 기자실에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한국디지탈라인..등록..취소입니다" 정현준 게이트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디지탈라인(KDL)에 대해 "퇴출"이라는 최종 판정이 발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KDL측이 코스닥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는 등 법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번 결정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KDL이 정현준 사건에 휘말려 부도를 낸 이후 퇴출유예, 조건부 등록유지, 퇴출유보에 이어 퇴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기간은 코스닥시장이 숱하게 많은 불공정거래 사건과 사고로 얼룩져 그 어느때보다 위험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습니다. 아마 KDL이 대표적인 종목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KDL의 퇴출로 결과적으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반투자자 역시 어김없이 나올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결과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고 따라서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을 겨냥했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자를 위해서라도 진부하지만 교과서적인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KDL이 지나온 길을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한때 잘나가던 벤처기업, 하지만 정현준씨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정씨의 전횡으로 부도를 맞은 회사,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1년 이상 정지됐고, 퇴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항상 살어름판을 걷던 회사.." 지난해 7월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와 사적화의를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고, 기존 채권단이야 회사를 살리려는 목적에 일치단결했지만, 등록 취소 여부를 떠나 아직 정상적인 회사라고 보기에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회사측의 회생노력과는 상관없이 퇴출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이쪽 저쪽 어디를 둘러봐도 일반투자자에게는 극단의 투자대상이었던 셈이죠. 일각에서는 코스닥위원회가 아예 퇴출결정을 일찍 내렸다면 잠재적인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코스닥위원회도 고민했을 것입니다. 코스닥위원회가 퇴출결정을 내렸고 또 그것이 피해자를 만든다고 해서 코스닥위원회로 책임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KDL의 경영진에게 하소연할 수 있을까요. 투자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져야한다는 사실은 투자의 기본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KDL은 적어도 돌다리는 아니었습니다. 오늘 낮엔 한 투자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퇴출결정이 내려진 KDL의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시더군요. 매매정지기간을 거쳐 정리매매 기간이 있다고 답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정리매매 기간엔 거래할 수 있냐고 또 묻더군요.코스닥만 해도 700개가 넘는 종목이 있습니다만 해당기업의 펀더멘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세심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투자는 자신의 책임하에 한다" 는 것은 평범한 얘기입니다만 평범함 속에 최고의 진실이 있는 법입니다. 게다가 올해 코스닥시장에 이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바햐흐로 코스닥시장은 "퇴출의 계절"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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