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료·수술 등 행위별 수가체계 불균형 구조 혁신할 것”

의료개혁특위, 필수의료 공정상 보상체계 확립 추진중
응급 및 난이도·위험성 높은 분야 더 많이 보상키로
비급여 시장 투명성 제고…과도한 보장 실손보험도 개선
  • 등록 2024-08-13 오전 11:47:57

    수정 2024-08-13 오후 7:26:37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정부는 13일 필수의료의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을 위해 행위별 수가체계의 구조 혁신, 필수의료 난이도에 따른 공공수가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비급여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의 보완재로서, 본인부담이나 비급여를 과도하게 보장하는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획일적 종별 가산제→성과 보상제로 전환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의료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4대 우선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4대 우선 추진과제는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한 보상체계 개편과 의료 공급·이용체계 정상화,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와 수련의 질 제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라고 설명했다.

특위는 이 중 ‘필수의료의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 추진상황’과 ‘비급여·실손 제도 개선 논의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우선 특위에서는 크게 △행위별 수가체계의 불균형 구조를 전면 혁신하는 방안 △공공정책 수가 강화 △가치 기반의 지불제도로 혁신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먼저 우리나라 수가 제도는 모든 개별 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입원과 진찰 등 기본진료와 수술, 처치, 검체, 영상, 기능의 6개 유형으로 나눠진 약 9800개의 행위에 대해 수가를 정하는 구조다.

행위 유형 중 기본진료와 수술, 처치는 보상 수준이 낮고, 검체와 영상, 기능 유형은 보상 수준이 높다. 이로 인해 중증의 고난이도 수술을 하는 것보다 검사를 많이 할수록 유인이 커지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 이에 낮게 보상된 영역의 보상 수준을 높이고, 높게 보상된 영역의 보상 수준을 낮추는 전면 혁신을 추진한다는 게 특위 설명이다.

정 단장은 “모든 수가를 한 번에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주로 이뤄지는 중증 수술로서 보상 수준이 낮은 약 1000개의 중증수술을 선별해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또한 의료 수가가 과학적 근거 하에 신속하게 조정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에 ‘의료비용 분석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특위는 필수의료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 수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필수의료 특성상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분야, 응급진료 등 대기가 필요한 분야에는 더 많은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행 행위별 수가에서는 이를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특위에서는 집중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중증, 고난이도 필수진료, 응급, 야간과 휴일, 소아와 분만 분야, 취약지 등 6가지 우선순위를 도출했고, 이러한 우선순위를 감안해 공공정책수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정 단장은 “예를 들어 중증진료로서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분야, 상시 대기가 발생하는 분야, 지역 특성상 인프라 유지 등 추가적인 비용 소요를 보장해야 하는 분야 등을 세밀하게 선정해 보다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특위는 또 행위별 수가제도로 인해 치료의 결과물보다는 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가치 기반의 지불제도’로 혁신하기로 했다. 먼저 획일적 종별 가산제를 전면 정비해 성과 보상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정 단장은 “현재 상급종합병원이면 중증, 경증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15%의 가산이 붙는 구조를 중증을 진료할 때 더 보상을 받고 경증을 진료할 때 덜 보상을 받는 구조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각 의료기관별 기능에 적합한 ‘적합질환군’을 선정해 적용하겠다”면서 “앞으로는 의료기관이 적합 질환 환자를 많이 진료할수록, 환자의 건강 성과를 더 효과적으로 개선할수록, 불필요한 진료비를 줄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위 소위,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논의 착수

하지만 건강보험 수가 개선만으로는 필수의료가 외면받는 비정상적 의료체계가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 내에 비급여·실손 소위를 구성해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비급여 관리 강화에 대해서는 비급여 시장의 투명성 제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집중관리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며 “현장에서 기준 없이 제각각 쓰이는 비급여 명칭 등을 체계화, 표준화해 소비자·환자들이 어떤 행위와 치료재료인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했다.

특히 “비급여 공개제도를 개선해 항목별 단가를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서 총진료비,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 가능한 급여 진료 등을 종합적으로 공개해 환자·소비자가 비급여 진료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실손보험 개혁과 관련해서는 건강보험의 보완재로서 역할을 명확히 하고그러한 원칙에 맞는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특위는 설명했다.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이나 비급여를 과도하게 보장하고,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이나 응급실을 이용해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의료전달체계의 왜곡과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단장은 “소위 논의에서는 보험사와 환자 양자 구조로 돼 있는 실손보험 상품 구조상 심사 및 사후관리가 미흡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급여 관리 대책과 연계해 비급여 보장 범위를 합리화하고, 적정 의료이용 및 공급을 위해 심사·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며 “특위는 소위 논의를 통해실손보험의 보장 범위 합리화, 실손보험 상품의 관리 및 계약구조 개선, 보건당국과의 협력체계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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