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상트페테르부르크서 폭탄 폭발…親푸틴 군사블로거 사망

유명 군사블로거 카페서 조각상 선물받은뒤 '쾅'
인근 30명도 부상 당해…조각상에 폭탄 설치 추정
러 "우크라가 배후" 주장…우크라 "러 국내 테러"
  • 등록 2023-04-03 오전 11:55:02

    수정 2023-04-03 오후 2:36:2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이 일어났다. 이 폭발로 러시아의 유명 군사 블로거가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후 세력으로 의심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폭탄 폭발 사건이 일어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페. 이 폭발로 친푸틴 군사블로거인 블라들랜 타타르스키가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사진=EPA·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유명 군사 블로거인 블라들랜 타타르스키가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

러시아 친(親)정부 매체인 ‘매시’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타타르스키가 한 여성에게 조각상을 선물 받은 뒤 몇 분 후에 폭발이 일어났다. 러시아 보안당국은 조각상 안에 폭탄이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타타르스키에게 조각상을 건넨 여성은 체포됐다.

타타르스키는 5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군사 블로거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적으로 비호해 왔다. 그는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해 합병을 선언하자 “러시아는 모두를 물리치고 모두를 죽이고 필요하다면 모두를 약탈할 것”이라며 전쟁을 옹호했다.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돼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 주요 인사들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 위성정부를 이끌고 있는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수반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타타르스키는 사악한 방법으로 살해당했다”며 “키이우 정권(우크라이나 정부)은 테러 정권이다. 파괴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언론인들은 키이우 정권과 그 후견국들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 반(反)푸틴 세력이 이번 폭발을 저질렀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실제 타타르스키에게 조각상을 건넨 여성은 과거 러시아 내 반전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은 러시아 국내 테러”라며 “거미들이 항아리 안에서 서로 잡아먹고 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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