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10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개막일에 CNBC와 만나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고 연준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준이 올해만 최소 4번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은 월가 컨센서스(3회 인상)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이먼 회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를 더 올리더라도 경제 성장세는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시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 금융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
미 국채금리, 팬데믹 이전 수준 급등
다이먼 회장 뿐이 아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연준의 인상 횟수 전망을 3회에서 4회로 수정했다. 3월, 6월, 9월, 12월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의 슬랙(완전 고용과 현재 고용 수준의 차이·유휴 노동력)이 감소하는 건 연준에게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을 더 민감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률이 3.9%까지 떨어지면서 노동시장 회복이 가시화하는 만큼 물가가 급등하면 연준은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동시에 대차대조표 축소 시기를 당초 12월에서 7월로 앞당겼다. 도이체방크 역시 4회 인상 전망을 이날 내놓았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0.910%까지 뛰었다. 이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을 덮치기 직전인 2020년 3월 초 이후 최고치다. 연준이 추가적으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보이면 언제든 1%대로 올라설 기류다.
이는 고스란히 뉴욕 증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새해 6거래일 동안 0.74% 하락했다. 지난해 18.83% 급등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우 지수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해 26.89% 치솟았지만, 올해 연초 2.01%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지난해 21.39% 상승)는 무려 4.49% 내렸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3.30% 떨어졌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마저 악화한 투자심리 여파에 1개당 4만달러선이 무너졌다.
|
월가 일각에서는 정책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물가 폭등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나온다. 시장은 12일 공개하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무려 7.1%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나온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집계를 보면,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6.0%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연준이 점진적인 긴축을 통해 최대한 시장 충격을 막고자 하려는 건 누구나 아는 것”이라면서도 “7%가 넘는 고물가가 이어진다면 연준이 너무 굼뜨다는 지적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를 방치하다가 연준이 갑자기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시장의 충격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점이다. 당장 유럽과 아시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특히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연초부터 손실을 보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의 경우 올해 6거래일간 0.13%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엔비디아(-6.83%), 애플(-3.03%), 마이크로소프트(-6.56%), 알파벳(구글 모회사·-4.22%), 아마존(-3.14%), 로블록스(-17.10%) 등 상위권에 있는 주요 기술주들은 일제히 손실을 면치 못했다.
서학개미에게 인기가 높은 또 다른 섹터인 전기차의 경우 루시드는 9.65% 뛰었지만, 리비안은 21.45% 폭락했다. 신생 스타트업인만큼 변동성은 더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