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딸 친구 해외납치 일가족, '주식 투자 손실 보상' 범행

돈을 노리고 딸 친구를 해외로 납치한 혐의를 받는 백모(40)씨, 처남 서모(38)씨 등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가족 여행에 초대하겠다며 미성년자인 딸의 친구를 해외로 납치했다 붙잡힌 일당들은 주식투자 손실액 보상을 요구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돈을 노리고 미성년자를 해외로 납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약취 및 유인)로 백모(40)씨 부부와 처남 서모(38)씨 등 3명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 등은 해외 가족 여행에 초대한다는 핑계로 막내 딸의 친구 K(10)군을 인도네시아로 데리고 출국한 뒤, K군 부모를 협박해 1억 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K군 부모에게서 주식투자를 권유받고 추천받은 주식을 샀다가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입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처남인 서씨가 발리와 자카르타 등지를 여행한다면서 학부모 사이로 알고 지내던 K군 부모에게 “K군도 같이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처남 서씨가 백씨 자녀들과 K군 등을 데리고 지난달 24일 출국하자, 부인 서씨는 K군의 엄마에게 “당신 남편 권유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며 4억원을 요구했다. 부인 서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두 차례에 걸쳐 계좌로 1억 5000만원을 건네받고 차용증을 써줬다.

백씨는 처남에게 “K군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부모와 연락을 차단하라”고 지시한 뒤 같은달 31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이어 지난 1일 “입금 후에 연락 달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협박성 문자를 K군 엄마에게 보냈다.

경찰은 K군 부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지방경찰청과 공조, 신고 하루 만인 지난 1일 현지와 국내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지난 4일 국내로 송환하고 이튿날 구속했다. 국내에 있던 부인 서씨는 2일 체포돼 이틀 뒤 구속됐다.

백씨는 “K군의 아빠에게 추천받아 투자한 주식 종목이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혐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