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을관계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윌리엄 바넷 스탠포드대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색다른 상생·공존의 해법을 제시했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은 꼭 필요하지만 대기업이 못하는 리스크를 감내하는 ‘넌컨센서스(이견이 있는) 아이디어’를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2013’에서 상생과 협력 vs 딜레마에 빠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세션1 연사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이 세션은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과 최종태 포스코 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부회장이 함께 했다.
‘아이디어(idea)’를 화두로 던지며 참석자들에게 다가간 바넷 교수는 “실패할 가능성이 큰 창조적인 넌컨센서스 아이디어가 성공했을 때 주류에 반기를 들 수 있는 획기적인 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역할의 주역은 중소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볼 때 위험하고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있는 ‘파괴적 창의경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바넷 교수는 “포스코도, 구글도 당시에는 넌컨센서스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모하게 도전한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추진해 실패하면 ‘바보’가 되지만, 사람이 바보가 돼도 괜찮은 경제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의 핵심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제시했다.
최종태 포스코경영연구소 부회장은 바넷 교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념을 좀 더 확장해 상생의 생태계 혁신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최 부회장은 “(대기업이) 독자적인 성공을 추구해서는 결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없는 시대”라며 “기업 생태계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모델은 ‘개방형 혁신(Open innovetion)’. 갑을논란이 뜨거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개선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안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것.
최종태 부회장은 “같이 성공하지 못하면 포스코는 판매처도 잃고 혁신적인 활동도 방해를 받는다”며 “함께 협력하고 상생하는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강연 시작부터 ‘자, 내 핀마이크를 쓰세요’라며 청중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유도한 윌리엄 바넷 교수에게 청중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특히 중소기업이 리스크를 감내하고 성공해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바넷 교수에게 “과연 대기업 위주의 환경에서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리서치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악조건에서도) 리스크를 감당하려는 사람은 항상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 이 적은 수의 사람들이면 충분하다. 이들의 혁신이 바로 세상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질문을 ‘혁신의 문화를 만들 수는 없을까?’로 바꿔보자”며 “리크스 감당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기업환경의 고질적 병폐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에 대한 해결책을 묻기도 했다. 이는 ‘중소기업이 위험을 감수해 혁신을 만들더라도 대기업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리스크 감수의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바넷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지금까지 벌어졌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AT&T 사가 독점 유지를 위해 필립스사의 혁신기술을 돈으로 사들여 사장시킨 사례도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도전하는 것이) 혁신의 역사”라며 “대기업들이 방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실패를 한다. 그러나 결국 성공한 기업들은 나중에 비전이라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포럼 주제가 시대의 요구를 담아냈다고 호평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면역학과에 재학 중인 김엘라별이(24)씨는 ”전세계와 우리가 겪고 있는 핫 토픽을 다뤘다“며 ”학생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이 포럼을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 내용에 대해서는 ”이론적인 내용을 한국의 실제 현실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정부 정책과 국민 의식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무역 등을 하는 SYE 컨설팅의 서평민 대표는 ”상생과 협력은 절대적인 시대적 요청“이라며 이러한 주제의 행사를 마련한 이데일리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