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글로벌 부동산 값 거품 부추겨"

WSJ 칼럼..유동성 과잉공급돼 부동산값 `급등`
美·英 등 주요 선진국 제외한 나머지 국가 피해
  • 등록 2011-04-21 오후 2:53:42

    수정 2011-04-26 오후 2:09:31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금융위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지해 온 저금리 정책이 시장에 유동성을 과잉 공급하며 또 다른 경제 부실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데이비드 웨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주택 가격 거품이 다른 장소에 스며들고 있다`는 칼럼을 통해 "저금리가 각국의 부동산 대출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경제 전반의 안정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2004년 이후 주요국 주택가격 상승률 추이
칼럼에 따르면 이러한 부동산 거품 현상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던 캐나다, 이스라엘, 홍콩, 싱가포르 등 이머징 국가를 포함한 나머지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부실 부동산 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저금리 기조 정책만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사실상 제로(0)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후 오히려 하락했다. 미국 20대 도시의 주택가격을 알아볼 수 있는 1월 S&P/케이스 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도에 비해 3.1% 하락했다. 영국의 주택가격도 지난 2007년 이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홍콩, 이스라엘 등의 주택가격은 금융위기 후 급등하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로 동결해 온 캐나다의 주택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9% 이상 상승했다. 낮은 기준금리로 부동산 대출이 활성화되고 이 때문에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것이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아 금융위기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던 이스라엘 경제도 최근 들어 부동산 거품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09년 내내 0.5%의 기준금리를 유지해온 이스라엘의 집값은 최근 전년대비 16.3% 올랐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계속된 집값 상승은 부동산 거품 효과를 불러와 경제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해 20% 이상 오른 홍콩 주택 가격은 올해 들어서도 7% 이상 오르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존 창 홍콩 재무장관은 "현재의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동산 가격이 반대로 급락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홍콩 당국은 현재 시중은행에 부동산 대출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며 부동산 거래세도 15% 올리는 등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는 싱가포르도 최근 재산세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내놨다. 

칼럼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자산 거품 현상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했음을 강조하며 이를 피하기 위한 대책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나머지 국가들의 선택폭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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