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시장 붕괴위기 없다?.."기회 올 차례"

대공황 재현 두려움에 투자자 `불안`
`금융시스템 붕괴는 없다` 주장 힘얻어
FRB 전방위 지원 `효과`.."위기는 또하나의 기회를 준다"
  • 등록 2008-03-25 오후 3:59:01

    수정 2008-03-25 오후 4:05:59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전세계 은행 시스템 위기는 과장됐다. 시스템의 핵심은 충격에 견디기에 부족하지 않다"

지난해 8월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제목은 내용처럼 `은행 시스템 공포는 과장됐다(Banking Systemic Fears Are Exaggerated-Vanishing Liquidity in An Abundantly Liquid World)`였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도 무디스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시장의 동요는 걱정할 만한 하지만, 이 시점에서 자산의 재평가는 오히려 반길 만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구조적인 붕괴는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차 서브프라임위기 전후에 나온 무디스의 분석이 `엇나갔다`고 평가를 내리긴 이르다. 하지만 베어스턴스 사태까지 지난 7개월여 지나면서 `구조의 붕괴`까지 우려했던 현 상황에 비춰보면 무디스의 분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되짚어볼수 있다. 
 
그러나 붕괴 직전까지 가긴 했어도, 금융시스템은 극적으로 구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정부의 양동작전, 월가 은행들의 발빠른 상각 등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뻔했던 월가에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1929년의 재현?..두려움은 컸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마치 대공황 시절이 재현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촉발해 왔다.  
▲ 1929년 10월24일 `검은 목요일` 보도

대공황 이듬 해인 1930년 첫 10개월 동안 744개 미국 은행들이 문을 닫았다. 그해 말 몰락한 은행 수는 3000개로 늘었다.
 
예금자들은 1933년까지 1400억달러의 예금을 잃어야 했고, 실업률은 1929년 4%였던 것이 25%까지 치솟았고, 수입은 50%나 줄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그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를 되돌아 보면 사람들은 마치 1929년이 다시 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FRB가 기민하게 움직였고, 따라서 1929년의 재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지난 주 메릴린치의 월간 펀드 매니저 서베이에서 193명의 펀드 매니저들의 대부분은 현금 비중을 높이고, 투자에 유의할 것을 권했다. 관련기사 ☞ 글로벌 펀드매니저, 이머징 선호 높아졌다(상보)
 
3개월짜리 미 국채 수익률은 1%도 안돼 1950년대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안전자산의 대명사 금값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온스당 1000달러 시대로 접어든 것도 이같은 불안감의 반영이다.  
 
메릴린치의 컨설턴트 데이비드 보워스는 "사람들은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 이들은 현금을 갖고 있으려 한다"면서 "이들은 시장이 다시 안전해졌다는 걸 인지하는 촉매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붕괴는 없다..신용위기, 전환점은 돌았다"
 
지난 13일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서브프라임 상각, 전환점 돌았다`는 보고서를 발표, `금융위기 불안감`도 극적으로 전환시켜다. 베어스턴스 사태 때문에 효과가 곧바로 사라지긴 했지만, 시장은 이 보고서에 안도하고 환호했다.  
 

S&P는 전세계 금융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상각을 상당 부분 실시했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돼 관련 자산 가치가 회복된다면 이들 금융사는 이득(상각손환입의 의미)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부도직전의 베어스턴스가 구제된 것도 금융시스템의 붕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며, 언젠가는 끝을 보일 것이란 희망을 보여줬다.  
 
베어스턴스 사태에 소방수로 나섰던 FRB가 이런 믿음을 주고 있는 공신 중 하나.
 
초기엔 전임자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벤 S. 버냉키 FRB 의장이 오히려 이번 위기에서 빛나고 있다. 관련기사 ☞ `FRB 혁명`…버냉키, 그린스펀을 앞질렀다
 
반면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책임론이 오히려 더 불거지고 있다.
 
FRB가 언제든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고, 정부도 주택 및 모기지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벤 S. 버냉키 FRB 의장
FRB는 지난 6개월 동안 금리를 3%포인트나 낮췄고, 4000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정부도 지난 주 2000억달러를 모기지 업체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그래서 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다. 관련기사 ☞ 美증시 `또` 바닥론..지금 살까 vs. 기다릴까  
 
로이터통신은 "현 상황에서 마법의 탄환은 없지만, 전환이 오기만 한다면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베스텍 에셋 매니지먼트의 맥스 킹은 "위기의 모든 상황은 언제나 또 하나의 기회를 준다는 것을 우리는 배워 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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