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문주용기자] 지주회사체제 덕분이라고 해야할까, 지주회사체제 탓이라고 해야할까.
부실화한 LG카드의 자본확충을 놓고 LG그룹내 대주주 일가와 LG전자등 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려 눈길을 끈다.
LG 지주회사체제에 편입된 LG전자, LG화학 등 계열사들은 LG카드의 증자에 대해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팔짱을 낀채 한가로이 지켜보고 있다. 반면 오너 일가등 대주주들은 계열사들의 지원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증자 자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카드의 자본 확충에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생명이 "증자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계열사들이 증자부담을 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지분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지분구조를 넘어서 계열사를 돕던 때도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 LG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체제가 주력 계열사들에게 카드로 인한 피해를 막아주는 "방화벽"인 셈이다.
LG 오너일가, 1500억원 증자 참여할 듯
LG카드는 4일 상반기중 유상증자 5000억원, 하반기에 후순위채 발행 5000억원등 1조원의 자본확충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종석 LG카드 사장은 "대주주들이 증자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며 "실권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LG 고위관계자는 "LG투자증권을 제외한 LG 오너들의 지분에 해당되는 규모로 증자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권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지분율 29.72%에 해당하는 약 1500억원 가량을 참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LG투자증권도 지분 8.32%에 해당되는 416억원가량을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2대주주측은 지분율 18.92%의 워버그핀커스가 이에 동참할 것인지 여부다. 이와 관련, LG는 관련 임원을 미국으로 보내 워버그측과 협의하고 있는데 이종석LG카드사장의 말을 빌면 이 부분에 대한 협의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 LG는 워버그측에 국내 카드채 시장의 불안과 함께 증자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관계사나 소액주주들까지 증자에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 아직 31만여주를 갖고 있는
LG전자(66570)는 LG카드 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 주식을 팔면 된다"며 "이 주식을 위해 증자에 참여할 이유는 없다"고 말해 계열사의 어려움을 외면했다. 현재 카드 회사들의 부실 정도를 고려할 때 소액주주들이 적극 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다른 LG 관계자는 "때문에 실권주를 줄이기 위해 할인율을 높여 신주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다"며 "실권주를 매입할 다른 투자자를 찾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LG가 다른 계열사들의 지원을 통하지 않는 것은 지분구조상 LG투자증권 외에는 다른 계열사들은 지분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사 부담은 전혀 없나
LG 오너일가들은 지주회사체제에 들어가지 않은 LG투자증권의 지분율을 30%이상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LG전자가 보유중인 증권주식 1018만주를 매입해야 한다. 이에 들어가는 자금도 1000억원이상이다. 때문에 이번 LG카드 증자에 참여하는 것까지 따지면 오너일가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적잖을 전망이다.
LG 관계자는 "일단 LG카드 증자라는 급한 불부터 끄고 나서 증권 주식 매입에 나설 것"이라며 "그 사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에 예정된 LG카드 후순위채 발행. 이 관계자는 "증자는 대주주들이 나서서 해결하지만 후순위채는 대주주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시장을 통해 발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후순위채 인수에 LG의 다른 계열사들이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부분 역시 지주회사체제 아래서는 가능성 없는 일이다. LG카드가 LG투자증권과 함께 LG의 대주주가 직접 지배토록 되어 있기 때문에 LG지주회사 체제로는 이를 지원하면 안된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내 계열사가 LG카드 후순위채를 인수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을 어기는게 돼 과징금을 물게 될 것"이라며 "과징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지주회사체제 이행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대신 후순위채의 금리를 높이더라도 시장에서 발행, 자본을 확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된 후 LG그룹내 대주주들은 금융계열사의 부실 부담을 떠안느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LG의 일반 계열사들은 LG카드 문제엔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인 (주)
LG(03550)조차도 이번 사태에 대해선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예전의 경우 LG그룹의 자금줄이던
LG화학(51910), LG전자가 계열사 지원의 총대를 맺던 것과는 100% 달라진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앞으로 LG의 계열사 관리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체제내라고 하더라도 한 계열사가 부실화될 경우 다른 회사들의 지원기대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입장에서는 이 회사를 포기하느냐, 대주주로서 부담을 전적으로 지고 살리느냐는 것중 하나다. LG는 이점과 관련, "출자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수익을 못내는 계열사를 정리하기 쉽게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LG 고위관계자는 "물론 비지니스 상으로는 LG카드를 도와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출자, 자금지원 등에 있어서 계열사들은 남과 똑같다"며 "카드 문제가 본격화되는 동안 주력사인 LG전자는 4일 연속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