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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 제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제111조는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은 소속 공무소나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책임자 등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수차례 수사기관 소환 요구에 불응한 데다가 경호처를 통해 압수수색도 거부한 상황 등을 고려해 판사가 재량껏 영장을 발부하는 것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법관 개인 판단에 따라 법률을 배제하는 것은 사법부 역할 범위를 넘어선 것이란 입장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형소법 예외조항 있어…법원 재량껏 적시 가능
특히 형소법 110조·111조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란 예외 조항을 두면서 법원이 판단할 여지를 두고 있는 만큼 판사가 이번 사안에 대해 예외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경호(53·군법무관 16회)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변호사(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는 “헌법적으로 탄핵·직무정지 상태 또는 내란죄로 기소 같은 중대 사유가 존재한다면 대통령이 일반적 지위를 들어 수사를 거부할 근거는 줄어든다”며 “즉, 예외 조항을 적용해 ‘기관장의 승낙 없이도 또는 거부가 있더라도 수사를 집행할 수 있다’는 식의 명시적 기재를 충분히 할 수 있고 이는 법관의 합헌적 해석·결정 권한에 속한다”고 말했다.
김정철(48·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한국형사소송법학회 법제이사)도 “국가기밀도 아닌 사항에 대해 무조건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것은 법치주의 하에서 허용될 수 없다”며 “과거 영장에 예외 문구를 적시하지 않았던 것은 발부된 영장을 거부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지 적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형소법 근거에 영장을 발부하는 판사가 특정 조항을 배제, 즉 법률 적용을 제한하는 것은 사법권을 남용한 개인적 일탈로 보는 시각도 뚜렷하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68·21기) 법무법인 에스앤엘파트너스 변호사는 “영장 담당 판사가 내란죄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아무런 권한 없이 형소법 일부 규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문구까지 써넣은 것은 위법하고 난생 처음 보는 희한한 일”이라며 “형소법을 비롯한 모든 법률은 판사가 한 줄 써넣는다고 효력이 정지될 수 없으며 법률 효력이 정지되는 유일한 경우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영장 제도는 헌법과 법률을 따르고 있지만 법률 적용을 제한하는 것이 판사의 영역이면 공수처는 언제든 자신 입맛대로 재판부를 고를 수 있을 것”이라며 “체포영장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결론을 미리 내두고 조건을 짜 맞춘 것으로 전형적인 사법 남용 행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