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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태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재판 과정 내내 정면을 응시했다.
김태현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가까운 친구였다고 생각한 피해자가 친구들에게 자신을 험담한다고 생각해 배신감과 분노에 이르러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인은 “범행 계획 단계에서 첫 번째·두 번째 피해자를 제압하고 세 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후 자신도 자살하려고 했지 첫 번째·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을 하지 않았다”며 우발적인 범행이었음을 주장했다. 앞서 김태현은 A씨의 여동생과 이후 귀가한 모친을 먼저 살해하고 마지막으로 A씨를 살해한 바 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유족은 김태현을 향해 “사람 3명을 죽여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서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어이가 없다”며 “저런 인간은 앞으로도 이 사회에 나와선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주길 바란다”며 울먹였다.
유족의 친·인척과 친구 등은 김태현에 엄벌을 처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재판 직후 김태현 측 변호인은 김태현이 어떤 상태냐는 취재진 질문에 “수사 초기부터 5개 혐의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죄책감 때문에 많이 괴로워하고 있고 후회도 하고 있다”고 대변했다. 김태현은 지난달 11일부터 이날까지 총 4차례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그는 반성문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피해자 집을 찾아가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까지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 가족을 살해하기 전 흉기와 청테이프·장갑·물티슈 등을 미리 준비하고 퀵서비스 기사처럼 보이려고 배송상자까지 챙기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태현이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사흘간 범행 현장에 머물러 A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내용을 삭제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앞서 김태현은 지난 4월 9일 서울 도봉경찰서 앞 포토라인에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27일 김태현을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 위반죄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음 공판기일은 6월 29일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