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올해 전문직취업비자(H-1B) 심사를 강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미 연방이민국(USCIS)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8월 접수된 H-1B 신청 4건 중 1건 이상을 ‘추가 증거 요청’을 이유로 반려했다. 1년 전 5건 중 1건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절 사례가 늘어난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이 가장 낮은 수준의 일자리를 위한 비자 신청자에 대한 심사가 ‘정밀 조사’ 수준으로 특히 까다로와졌으며, 심사 강화가 유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이민국은 비자 프로그램 악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R. 카터 랭스턴 연방이민국 대변인은 “미국 근로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신중하고 공정하게 결정해 이민 시스템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1B는 주로 실리콘밸리 IT 대기업 및 협력업체에서 전문·숙련 기술인력을 고용할 때 쓰는 비자다. 자격을 갖춘 미국 노동자를 찾을 수 없을 때 해외에서 채용하는 것을 돕기 위해 설계됐다. 대부분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 등 이른바 ‘STEM’ 분야의 고도 기술인력으로 연간 8만5000명으로 한정된다.
H-1B 옹호론자들은 해외 전문·숙련 기술인력이 미국에 들어와 신규 회사 설립, 특허 획득, 미 기업의 글로벌 확장 등에 기여했고 이를 통해 수만,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저렴한 임금으로 해외 노동자를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반론도 있다. H-1B를 통해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위 5개 기업(2014년 기준)이 인포시스와 위프로 등 인도 타타컨설턴트서비스가 이끄는 아웃소싱 회사들로 나타나서다. 이들 기업때문에 정작 전문인력이 필요한 다른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또 이들 업체에서 H-1B를 통해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7만달러 미만으로 10만달러 이상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보다 현저히 적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 로프그렌 캘리포니아주(州) 민주당 하원의원은 올해 1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영특한 인재를 찾아내 미국 노동시장에 재능있고 고도로 숙련된 고임금의 근로자를 수혈하겠다는 본래 취지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면서 H-1B 프로그램 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안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연봉을 많이 주는 업체들에게 H-1B를 우선 배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직후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민정책은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설계되고 실행돼야 하며,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 노동자 및 합법적인 거주자 보호가 우선시되는 방식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 4월 H-1B 발급 요건과 단속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