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한림대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인 비뇨기과 이영구 교수팀은 최근 최첨단 4세대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를 이용해 방광암 환자에게 체내 방광대치술(Intracorporeal Neobladder)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31일 밝혔다.
이 교수팀은 이날 침윤성방광암으로 확진받은 조모(72)씨의 방광을 다빈치 Xi를 이용해 제거한 뒤 소장의 한 부분인 회장을 약 50cm 잘라서 새로운 방광을 만들었다. 이번 수술은 개복을 하지 않은 채 100% 로봇수술로 이뤄졌으며 방광대치술을 받은 조 씨는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영구 교수는 2007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침윤성방광암 환자에게 2세대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S를 이용한 방광대치술을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시술해 왔었다.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방광대치술은 다빈치 로봇수술 중 가장 흔히 시술되고 있는 전립선암 수술보다 3~4배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기존 다빈치 모델의 경우 로봇 팔이 닿을 수 있는 범위가 작아 수술 도중 환자의 자세를 바꿔줘야 했다. 하지만 다빈치 Xi는 기존 모델에 비해 4개의 로봇 팔이 경량화돼 있어 수술 중 서로 충돌이 적고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149°에서 177°로 커졌다. 또 로봇 팔의 길이도 5cm 늘어나는 등 수술 가능 범위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환자의 자세를 바꾸지 않고도 방광암 환자에게 방광적출술, 림파선 절제술, 방광대치술을 할 수 있어 수술시간이 단축되고 빠른 회복 효과가 있다.
이영구 교수는 “다빈치 Xi를 이용한 체내 방광대치술은 세계적으로도 시술할 수 있는 의사가 몇 안 되는 고난이도의 수술”이라며 “다빈치 Xi를 이용하면 수술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출혈량이 적고 집도의가 10배 이상 확대된 3차원의 광 화면에서 시술하기 때문에 정교하게 암종을 제거한 뒤 소장을 이용해 새로운 방광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술자국도 거의 남지 않아 미용에도 좋지만 장을 체외로 노출시키지 않고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 후 장폐색 등 장 관련 합병증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광암은 방광 점막에 암이 국한돼 있는 표재성 암이 대부분이지만 방광 근육에 조금이라도 암이 침범되면 전신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방광을 통째로 제거해야 한다. 방광을 제거하고 나면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수술 후에는 흘러나오는 소변을 모으기 위해 복벽에 비닐 소변주머니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생활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소장을 떼어 방광을 만들어 요도에 연결해주는 방광대치술을 하면 복벽에 비닐 소변주머니를 차지 않아도 돼 수술 후에도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